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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로 본 남양유업 '밀어내기 백태'


판매목표 할당 뒤 입체적이고 조직적으로 밀어내

[유주영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8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리점에 대한 남양유업의 불공정 밀어내기는 그야말로 입체적이고 조직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밀어내기 대상은 35개 분유대리점을 제외한 1천849개 전 대리점이었다. 밀어내기 대상 품목은 3번더좋은우유 등 시우유와 발효유인 불가리스, 유음료인 써핑쿨, 주스인 앳홈 등 26개 품목이다. 조사된 밀어내기 기간은 2007년 1월1일부터 2013년 5월 31일까지다.

◆판매목표 할당 조직적 밀어내기

남양유업은 판매목표를 정한 뒤 조직적인 밀어내기 수법을 썼다. 본사는 지점에, 지점은 대리점에 목표를 부여하고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판매목표 강제성 밀어내기'다.

남양유업은 공장·물류센터·영업부서의 재고와 주문량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해 재고 대비 대리점 주문량 미달시 지점별로 추가 주문토록 관리했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2012년도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목표를 채우기 위해 대리점 주문이 부진한 품목에 대해 주문을 관리한 증거를 잡아냈다. 또 떠먹는 불가리스의 경우 2009년1월부터 2012년까지 이와 같은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다는 증거도 잡았다. 설비 기준으로 최소생산량 대비 회전량이 부진할 때 공장에서 지점별로 강제 출고했다는 증거도 나왔다.

◆주문시스템도 밀어내기에 악용

주문시스템도 밀어내기에 악용됐다. 대리점이 최초 주문을 한 뒤 지점이 임의로 물량을 추가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리점이 사후 수정·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대리점은 대리점주문프로그램(PAMS21)을 통해 매일 주문마감시간(오전 10시반 ~ 오후 12시10분)까지 익일 또는 이틀 후 공급받을 제품을 주문하며, 이 주문내역은 남양유업의 전산관리프로그램(NYC)에 전송된다.

대리점이 추가수량 주문 또는 주문내역 수정 희망시 지점의 주문마감시간(오후 12시30분)까지 유선연락하여 NYC에서 주문내역 수정이 가능하며, 지점 수정 후에는 대리점의 기존 주문기록정보가 삭제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리점 주문량이 목표량·할당량 등에 미치지 못할 경우, 지점 영업사원이 이를 일방적으로 수정 입력하게 했다.

지점 주문마감 후에는 주문량 정보가 공장 및 물류센터로 전송되어 최종 주문량만큼 대리점에 배송된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한 대리점이 2012년 11월6일 12시09분 36개 품목 137박스를 주문하였으나, 지점마감 후인 12시25분 실제 주문량은 49개 품목 234박스로 늘어난 것을 포착해 제시했다.

◆대금결제시스템도 밀어내기에 용이한 구조

대금결제시스템도 밀어내기에 용이한 구조였다. 밀어내기 물량을 포함한 전체 금액을 기초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금을 선결제하도록 설계돼 시스템을 사용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2년 경 남양유업은 삼성카드와 별도 계약을 체결하여 남양유업의 제품대금 청구금액에 대해 삼성카드가 이를 우선대납하고 이후 카드사가 제품대금을 대리점에 청구하여 납부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택했다.

대리점으로서는 제품대금 정산내역에 대한 확인·승인과정 없이 신용카드사의 청구금액을 납부할 수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남양유업은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밀어내기 물량에 대해서도 선결제하기 때문에 대리점이 항의 또는 대금 반환 요청 등을 사실상 하기 어렵다.

◆반품이 불가능한 구조

남양유업은 그러면서도 자사가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반품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공정위는 이렇게 치밀한 밀어내기가 발생했던 원인에 대해 "신제품, 비인기제품 등의 경우 설비 특성상 한 번 가동시 생산되는 최소 생산량조차 시장에서 제대로 소진되지 않고, 조직 의사결정 구조상 일별 탄력적인 최소 생산량 조정이나 단산 등의 결정이 쉽지 않으며, 반품을 인정하지 않거나 기피하는 회사방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시장수요 및 판매계획의 정확도 저하(80%)로 계획 대비 실판매량 편차가 발생하고 다양한 제품 생산에 따른 재고 만성화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밀어내기 뿐만 아니라 임가 전가 행위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임가 전가와 관련해 형식적인 고용 주체는 대리점이나, 실질적으로는 남양유업이 고용주로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매년 진열 판촉사원 파견 기준, 진열 판촉 사원 급여에 대한 본사의 분담금액 등을 마련해 시행하고, 진열 판촉 사원 신규 파견 및 교체 검토를 결정했다.

대리점은 위탁계약 체결시 진열 판촉 사원의 파견 및 급여 부담 등에 관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으며 지점에서 파견한 인력에 대해 월급만 부담하고 있었다.

남양유업 제품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배송·진열 업무에 대한 대리점 수수료 수입은 8.5%에 불과한데 진열판촉사원 파견 임금을 부담함에 따라 대리점 마진이 크게 감소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8일 "공정위가 파악한 (남양유업 불공정거래) 실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인정할 수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공정위 의결서를 전달받은 뒤 실태조사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입장을 밝히겠다"이라고 전했다.

유주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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