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IT서비스 업계가 대외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IT융복합 모델 발굴에 주력하며 경영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SK C&C가 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하며 글로벌 차원의 온라인 중고차 사업을 추진키로 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삼성SDS가 대외 금융IT 및 공공 정보화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고 롯데정보통신은 투자 재원 마련 목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선언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기업들로서는 난국 타개 차원에서 추진한 조치이지만 IT서비스 업계에는 산업 구조 개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주목된다.
◆IT서비스 기업들의 '파격 변신' 행보
신사업을 모색중인 롯데정보통신은 최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금 확보를 통한 IT융복합 사업 집중으로 전통적인 IT서비스 사업 구조를 탈피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2011년 현대정보기술의 지분 52%를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룹 내부 일감에 치중돼 있던 사업구조를 개편해 본격적인 대외 사업을 펼치고 현대정보기술이 공공 사업 분야에서 보여온 경쟁력을 토대로 매출 4위권의 I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재벌기업 집단 소속 IT서비스 업체의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 제한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롯데정보통신의 이같은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사업구조 혁신이 롯데정보통신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리스크를 감수한 성장 없이는 발전된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면서 신사업 발굴을 통한 지속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정보통신은 현재 IT와 비(非) IT를 결합한 융복합 사업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T기반 온실가스 에너지목표관리시스템과 글로벌 유통시스템, 통합레저솔루션, 복합건축물 융합보안관제, 복합단지 운영효율화시스템 등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 매출액 2조5천억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과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상장을 결정하게 됐다"며 "지능형빌딩시스템(IBS) 등의 그린IT 솔루션과 IT와 이종 업종간 융합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대외 금융IT 및 공공 정보화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대외 IT서비스 시장 중 금융과 공공만이 남아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삼성SDS는 오는 7월1일 대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공공과 금융 사업 관련 인력을 해외사업 조직으로 재배치할 예정이다. 공공과 금융IT 사업 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업까지만 수행하고 나머지 사업들은 사안별로 지속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삼성SDS는 금융과 공공 관련 인력들을 해외 조직에 투입시켜 앞으로 5년 내 매출 두 배 성장과 해외 매출 비중 60%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SK C&C 또한 엔카네트워크를 인수하면서 전통적인 IT서비스 업체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다. SK C&C는 지난 해 1월 엔카네트워크를 인수한 후 1년여 동안 엔카네트워크 플랫폼에 고객관계관리(CRM)와 데이터베이스마케팅(DBM),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의 정보기술(IT)을 접목시켜 글로벌 차원의 마케팅 플랫폼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SK C&C는 올해들어 엔카네트워크를 아예 흡수합병하면서 온라인 글로벌 중고차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
SK C&C 관계자는 "현재 엔카네트워크 합병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향후 각 국가에 최적화 된 온라인 중고차 오픈마켓을 구축해 현지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구조 개편 말고는 다른 대안 없어"
주요 IT서비스 기업들이 이같은 사업구조 개편 움직임은 각종 규제와 시장 상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IT서비스 업계가 순수한 의미의 국내 IT서비스 사업만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국내 IT서비스 산업은 지난 1980년대에 그룹 전산실을 통합해 출범한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초기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사회 전반에 불어 닥친 정보화 열풍에 힘입어 매년 5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보화 정책과 금융권을 비롯한 민간기관들이 IT를 업무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IT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 세계적인 e-비즈니스 열풍과 공공과 금융 시장의 대형 IT 프로젝트 등의 요인으로 IT서비스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3년 시장이 정체 상태에 진입한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여파는 포화상태에 직면한 국내 IT서비스 시장 정체를 가속화했다.
특히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각종 정책과 내부 거래에 대한 규제가 이어졌으며 최근의 대기업 공공 정보화 사업 참여 제한 등으로 IT서비스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게다가 현재 국내 수요는 기존에 구축된 시스템에 대한 운영과 유지보수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광범위한 통신 인프라망과 안정적 고객 기반을 보유한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IT서비스 시장 진출로 기존 IT서비스 기업들의 입지가 위협받는 실정이다.
최근의 IT서비스 사업들의 경우 기술적 요인보다 가격이 수주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어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한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기관인 KRG는 국내 IT서비스 시장 전반에 걸쳐 사업 재조정 흐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장 성장률을 3%대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KRG 김창훈 부사장은 "외부 환경 악화와 수익성 저하로 IT서비스 벤더 입장에서는 국내 SI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과 매력이 줄어들게 됐다"면서 "현재 IT서비스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시장 진출, 신사업 개발, 고부가가치 사업 추진 말고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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