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을 꼽자면 단연 DSLR 시장이다. DSLR 카메라는 업계 최고 기술력이 집결되는 제품인 만큼 다른 하위 카메라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제조사간 '자존심'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뜨고 있는 제품은 미러리스 카메라이고, 판매량이 가장 많은 것은 콤팩트 카메라이지만 소비자들이 '디지털 카메라'하면 캐논과 니콘을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논과 니콘은 전세계에서 DSLR 카메라를 두고 경쟁을 벌인다. 국내에서는 캐논이 무려 10년째 DSLR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홈그라운드인 일본에서는 니콘과 캐논이 선두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DSLR 카메라를 두고 경쟁하다 보면 부딪치는 부분이 또 있다. '렌즈'다. DSLR과 렌즈는 마치 바늘과 실 같은 관계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는 쓸모가 없다. 때문에 제조사들이 카메라로 경쟁을 이어온 만큼 렌즈를 두고도 같은 수준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렌즈를 두고 보면 역사가 더 오래된 쪽은 사실 렌즈다. 렌즈는 DSLR 카메라 이전 '디지털'(D)이 아닌 SLR 카메라 시절부터 해온 까닭이다. 심지어 SLR카메라 이전 항공용, 군수용 렌즈의 역사까지 이어진다. 오랜 경쟁은 더 확고한 '자존심'을 기르고 서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든다.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 "누가 더 많은 렌즈를 생산(판매)했느냐" 외에도 "누가 더 오래됐느냐", "얼마나 많은 렌즈를 보유했느냐" 등까지 경쟁선상에 놓고 다투고 있다.
◆캐논 EF 렌즈 9천만대 생산 돌파…역사는 니콘 니코르 렌즈가 더 길어
현재까지는 캐논이 니콘보다 더 많은 렌즈를 판매했다. 캐논은 지난 29일 자사 'EF 렌즈'가 글로벌 누적 생산대수 9천만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캐논 EF 렌즈는 지난 1987년 처음 생산된 이래 빠르게 생산개수를 늘려왔다. 처음 1천만대 생산량을 찍은 시점은 1995년이다. 이후 2001년 2천만대, 2006년 3천만대, 2008년 4천만대를 돌파했다.
누적 생산대수 5천만대를 돌파한 2009년부터는 주기가 더 빨라졌다. 특히 2011년 1월과 10월에는 각각 6천만대와 7천만대에 도달했으며, 2012년 9월 8천만대에서 이번 9천만대 생산까지는 단 9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반면 니콘 DSLR 전용 렌즈 '니코르'(NIKKOR)의 누적 생산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7천500만대를 기록 중이다. 니콘 니코르 렌즈는 지난 2007년 7월 4천만대를 넘어섰으며, 2009년 9월 5천만대, 2011년 3월 6천만대, 2012년 6월 7천만대를 기록했다.
니콘이미징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조만간 누적 생산대수 8천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콘이 강조하는 니코르 렌즈의 장점은 오랜 역사다. 니콘은 지난 1933년 항공사진용 렌즈 '에어로-니코르'를 시작으로 니코르 렌즈 사업을 진행, 올해로 80주년을 맞았다. SLR 카메라 전용 렌즈로만 한정지어도 1959년부터로 캐논보다 오래됐다.
역사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력과 제작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현재 생산되고 있는 니코르 렌즈 가운데 90% 이상이 독자 개발한 초음파 모터인 'SWM'을 탑재하고 있다. SWM은 회전 에너지를 통해 초점을 맞추는 AF 구동용 모터로 조용한 AF 촬영이 가능하다.
캐논 역시 기술력은 지지 않는다. 캐논 EF 렌즈는 세계 최초로 초음파 모터(USM), 손떨림 방지 장치 등을 채용했다.
보유하고 있는 렌즈 종류는 캐논과 니콘 모두 약 80여종으로 비슷하다. 캐논은 이미지 원근 및 왜곡 조정을 지원하는 틸트 기능 장치를 탑재한 TS-E 렌즈, 180도의 화각의 어안렌즈 등과 같은 특수 렌즈를 비롯해 최고급 L시리즈, EF 시네마 렌즈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니콘 역시 어안, 초광각에서 초망원, 줌 렌즈, 마이크로 렌즈, PC-E 렌즈, VR 렌즈, ED 렌즈, N 렌즈 등 광학기술이 집약된 고성능의 렌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에는 기존 F마운트와 더불어 미러리스 카메라 '니콘1' 전용 마운트를 개발해 다양한 '1니코르' 렌즈까지 확충했다.
카메라 업계 한 관계자는 "렌즈교환식 카메라 한대당 보유하고 있는 렌즈 비율인 '부대율'이 오르면서 렌즈 누적 판매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며 "아울러 시간이 갈수록 발전하는 카메라 성능에 맞추기 위해 구형 렌즈를 신형으로 리뉴얼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도 렌즈 판매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웅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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