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소형전지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전기 자동차 시장 수요도 예상치를 밑돌면서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업체들이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 시스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LG화학 배터리연구소 김명환 부사장은 29일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가 주최한 '코리아 어드밴스드 배터리 콘퍼런스' 강연을 통해 "전력저장용 전지시장이 자동차용 전지 시장보다 3~5년 늦게 뒤따라오고 있다"며 "전력저장용 전지시장이 실증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사장은 "전력수송용 전지가 (전력수급에) 어떤 경쟁력을 줄지 모르는 부분들이 많다. 현재는 테스트를 하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수요업체들에서 전력저장용 전지를 자동차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달라는 요구를 한다. 자동차업체에서 각종 테스트를 끝낸 제품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그대로 믿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이 날 미국 전력회사인 SCE(Southern California Edison)의 ESS 실증 사업에 32MWh급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32MWh급은 약 100가구가 한 달 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비슷한 규모로 GM볼트에 탑재되는 배터리 기준으로 환산하면 2천대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화학은 미국 홀랜드 공장에 약 3억달러를 투자해 연간 20만대 규모(하이브리드 기준)의 2차전지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전기 자동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뎌 5개 라인 중 3개 라인만 건설을 시작했다. 오는 7월부터 공장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김명환 부사장은 "(미국 홀랜드 공장은) 르노, GM 등과 약속한 대로 공급가능량을 확보했으나 현재 시장상황이 예측대로 되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다. LG화학은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하는 셀을 전력저장용 전지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쓸 수 있다. 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리튬이온배터리를 채용하나 ESS를 도입할 경우 도입 비용의 최대 3분의 1에 이르는 보조금(가정용 100만엔, 법인용 1억엔 한도)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 예산만 총 210억엔(한화 2천140억원)에 이른다.
삼성SDI 안준석 ES 영업1그룹 상무는 "60%라는 시장점유율 수치는 사업 초기에 가능한 독보적인 위치로 곧 많은 업체들에 들어오는 시장이 될 것"이라며 "올 연말 즈음에는 보조금도 다 소진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준석 상무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의 경쟁자는 납축전지로, ESS 영역 세계시장의 95%를 납축전지가 점유하고 있다.
안 상무는 리튬이온전지의 우수성에 대해 지난 12월 공급계약을 체결한 신한은행 데이터센터의 사례를 들었다. 삼성SDI는 신한은행에 4MWh급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를 공급했다.
안 상무는 "당시 신한은행은 납축전지를 이용한 데이터센터를 설계하고 지하 4개 층의 공간을 데이터센터용으로 배정했다. 그러나 가볍고 작은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 UPS가 들어가자 공간이 많이 남았다"며 "납축전지는 25도를 유지해야 하는 반면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할 경우 냉방비와 4~5번의 교체비용이 절감된다. 7~8년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리튬이온전지 측이 경제적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수성에 비해 가격이 비싸 일부 대기업이나 전기료가 비싼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준석 상무는 "신재생에너지 등 분산발전원의 종류에 ESS를 포함하는 등 정부 차원의 도입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ESS시장이 열리는 단계로 ESS의 필요성을 모두 느끼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전기사용량이 많은 피크타임에는 요금을 높이고 전기사용량이 적은 시간에는 요금을 싸게 하는 등 갭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평상시와 피크타임의 전기료 요금이 10배 정도 차이가 나는 전기요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만큼 전기료가 싼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ESS용 리튬이온2차전지가 납축전지 대비 3배 가격만 돌파한다면 시장에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계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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