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사진.53) SK(주) 회장이 횡령 범행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법정 진술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계열사 펀드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이를 외부로 유출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는 최 회장 측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으로 항소심에서 새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8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은 "원심에서 (펀드 조성에 관여한 점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것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고 반성한다"면서도 "펀드자금 유출과 전혀 관계가 없고 (계열사 자금의) 유출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횡령 범행에 가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08년 10월 24일 김원홍 전 고문이 500억원이 필요하다고 전화로 요청해, 펀드를 조성해줄테니 최 회장을 찾아가라고 했다"며 "3일 후에 최 회장은 '10월 말까지 펀드 조성이 가능하냐'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두 분(최 회장과 김 전 고문)이 어느 정도 (선지급금 송금에 대해)얘기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펀드 출자금 선지급금 450억원을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한 주체는 누구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는 "최 회장이 돈을 보내라고 별도로 지시하지 않았고, 나도 송금한 뒤에 최 회장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면서도 "최 회장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의 의사에 따라 돈을 보내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최 회장이나 최 부회장과는 관계없는 김 전 대표와 김 전 고문간 개인적인 돈거래가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8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전 고문도 사건의 일부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김 전 대표가 사건의 출발부터 끝까지 다 알고 있는 지위로 보인다"며 "김 전 대표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또 "선지급금 450억원 중 일부를 김씨에게 송금한 다음날 최 부회장을 만나 경위를 설명했다"면서 "나머지 250억원 송금을 직접 지시한 것은 최 부회장"이라고 증언했다.
김 전 대표는 1심에서 "최 회장이 펀드 출자조차 몰랐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 것은 최 회장과 최 부회장 측 변호인의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최 회장을 보호하려는 마음도 있었고,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의 선지급금 지급에 관여했다고 언급하는 것은 과대포장이므로 삼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공판에 앞서 재판부에 "1심에서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후회된다. 항소심에서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고해성사 하는 심정으로 진실만을 얘기하겠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1심 재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최 회장이 김 전 고문에게 450억원을 송금하도록 지시했다는 검찰 진술은 사실이 아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오는 29일 오후 2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쟁점 사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청취하고 사건의 쟁점을 정리할 계획이다.
앞서 최 회장은 SK텔레콤과 SK C&C 등 계열사가 베넥스에 출자한 펀드 투자 선지급금 465억원을 중간에서 빼돌려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부회장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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