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논란이 됐던 '총수 지분 30% 룰'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또 대기업 내부거래 전담조직 신설도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총수 지분 30% 룰'은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를 넘는 계열사의 경우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명확한 증거가 없다 하더라도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 처벌토록 하는 조항인데 재계 등으로부터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와 신규순환출자 금지 등을 통해 대기업집단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 대책을 내놨다.
또 지주회사 전환 유도를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하고, 적대적 M&A(인수합병) 방어를 위해 금융보험사 보유주식 의결권 제한도 강화한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4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2013년 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보고했다.
업무보고 내용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폐해 시정 ▲경제적 약자의 능력발휘를 위한 경쟁기반 확대 ▲담합 관행 척결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시장환경 조성 등 4대 중점과제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비자 편익 제고를 위한 각종 법령 선진화 추진 등 3대 협업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노 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과제인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의 구현을 적극 뒷받침하는 것을 목표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정당한 활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경제를 구축, 경제적 약자도 자유롭게 경쟁에 참여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인력의 탈취 방지 등 건강한 창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우선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근절을 위해 현행 부당내부거래 금지규정을 강화했다. 이를 위해 위법성 성립요건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로 완화했다.
그동안 부당내부거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격 차이가 현저해야 해 정상가격과 차이가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사실상 불가했다.
또 부당내부거래의 한 유형으로 '통행세 관행'을 신설, 계열사에게 부당지원을 받지 않을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시 지원주체 뿐만 아니라 지원객체에도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침이다.
계열사간 거래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부당거래(부당하게 특혜성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경제상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는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총수일가 개인에 대한 지원 ▲정상가격과 차이가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일감몰아주기 ▲기업집단 계열사와 거래가 없는 사업기회 유용 등이 해당된다.
다만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계열사는 내부거래가 적발되면 명확한 증거 없이도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 처벌토록 하는 '총수 지분 30% 룰'은 과잉규제 논란으로 삭제됐다.
부당내부거래 입증책임을 기업에게 전가해 논란이 된 부분도 대부분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와 마찬가지로 공정위가 계열사간 거래의 부당성을 입증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기업 내부거래 감시·조사 및 공시점검 전담조직 신설은 조직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실행력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판단, 향후 전담조직의 구체적인 신설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설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소속회사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규순환출자는 강력히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자발적 해소를 유도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순환출자 고리 강화를 위한 추가 출자도 신규 순환출자로 간주해 금지한다"며 "다만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부담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공시제도 등을 활용해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고, 해소범위는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판단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전환촉진을 위해 금융자회사 규제도 개편한다.
이를 위해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보험사 포함 금융보험사가 3개 이상 ▲금융보험사 자산 규모가 20조원 이상 등 일정요건 충족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적대적 M&A 방어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도 강화한다.
대기업집단 금융보험사의 고객자금을 활용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금융보험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현행처럼 특수관계인과 합해 15%까지 의결권 행사를 인정하되, 금융보험사가 합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을 5%로 제한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금융보험사 의결권 상한을 10%로 설정하고, 이를 5년간 1%p씩 인하해 5%까지 강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공시정보가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사익추구에 대한 경보장치로 작동될 수 있도록 ▲총수일가의 사익추구 행위 관련 종합공시항목 ▲중소기업 영역침범 관련 공시 항목 ▲순환출자 현황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 현황 등을 신설한다.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공시항목(일반·재무현황 등) 은 통폐합해 공시에 따른 개별기업의 업무부담 경감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불공정거래 근절을 통한 경쟁기반 확대를 위해 제도적 장치도 대폭 강화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을 부여하는 한편 '하도급 불공정특약'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부당단가인하와 부당발주취소 및 부당반품으로 확대, 도입하고 징벌적 배상 금액의 상한선을 '3배'로 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납품업체의 추가비용 분담기준도 마련하고 무분별한 판매·판촉사원 파견 제한, 판매장려금 항목 정비 등을 통해 불합리한 유통거래질서 환경도 개선할 계획이다. 과다한 위약금 부과 금지, 매장 리뉴얼 강요 금지 및 비용분담 의무화, 가맹금반환청구권 행사기간 연장(2→4개월) 등도 추진한다.
특히 최근 인권 차원의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편의점 24시간 영업 등 가맹점의 영업시간을 강제하는 본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 개정 등을 통해 강력한 대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담합관행 척결을 위해서는 과징금 감경사유 및 감경율 조정을 통해 과징금 실질부과율을 대폭 상향할 계획이다.
또 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해 손해배상소송을 활성화시켜 카르텔 적발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높이는 한편, 중기청·조달청·감사원 등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해 사실상 전속고발제를 폐지, 형사 제재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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