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기업 10곳 중 7곳은 새정부의 비정규직 차별해소 방침에 발맞춰 비정규직을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했거나, 정규직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기업 420개사를 대상으로 '새정부 고용노동정책 방향에 대한 기업의견'을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정책과 관련 비정규직 사용기업(238개사)의 40.3%가 '이미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으로 전환했다'고 답했다고 4일 밝혔다.
31.9%의 기업은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응답은 26.5%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최근 금융권과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조치가 있었다"며 "정부에서 공공부문 상시․지속적 업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데 발맞춰 민간부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정년 60세 의무화에 대해서는 입법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는 2017년부터 정년 60세를 시행한다는 정부방침에 대해 '기업 자율로 정년연장을 결정해야 한다'(48.1%)거나 '정년연장 시행시기를 더 늦춰야 한다'(15.7%)는 응답이 63.8%로 나타나 '이미 정년 60세 이상으로 부담없다'(18.6%)는 답변과 '부담이 되나 준비 가능하다'(17.1%)는 답변을 웃돌았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일본은 1998년 정년 60세를 의무화할 당시 정년 60세 이상 기업 비중이 93%에 달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37.5%에 불과하고, 실제 퇴직연령도 53세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세대간 일자리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정년연장 문제는 청년실업난 해소, 연공급 임금체계 조정 등의 과제와 함께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하되 우선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한도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정책에 대해서는 '필요할 때만 휴일근무를 하기 때문에 수용가능하다'(50.2%)는 답변이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매주 또는 정기적으로 휴일근로를 하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답변도 28.6%나 됐다.
현재 휴일근로는 주당 12시간까지 허용되는 연장근로 한도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대한상의는 "휴일근로 문제는 실제 휴일근로를 하고 있는 기업의 생산량과 근로자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큰 문제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강화정책에 대해서는 사내하도급근로자의 정규직 채용보다는 적법도급과 처우개선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정책에 대한 대응계획에 대해 대다수의 기업이 '적법도급을 위한 업무공정 개선'(67.9%)을 꼽았고 이어 '처우개선을 위해 도급금액 인상'(9.3%), '정규직 채용'(8.3%), '비정규직으로 대체'(5.7%), '사업장 밖 도급으로 전환'(5.2%), '생산설비 자동화'(3.6%)를 차례로 꼽았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할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인건비 지원제도 확대를 통한 기업의 고용 촉진'(35.5%), '합리적 최저임금 및 유연한 임금체계 도입'(23.3%), '산업수요에 맞는 인력양성 및 제공'(13.6%), '비정규직 및 사내하도급 사용규제 완화'(11.2%), '여성고용률 제고를 위한 출산 및 육아보육 지원강화'(8.3%),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 완화를 통한 고용시장 활성화'(6.7%) 등을 들었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새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은 근로자 보호와 기업의 경영 현실을 비교적 균형 있게 고려하고 있지만, 새로운 제도 도입에 많은 기업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새정부의 국정과제인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사자율로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을 풀어나가도록 유도하는 한편 기업의 고용부담 증가를 최소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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