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비상장 주식 상속·증여시 최대주주에게 부과하는 할증과세가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제도인 만큼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한·독·일 비상장주식 평가제도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대 30%에 달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가 가업승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를 없애고, 주요국처럼 소액주주 주식에 대한 할인평가 제도를 도입해 가업상속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최대주주 주식을 상속·증여받으면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평가 제도'를 적용받아 지분율이 50% 이하인 주식은 20%, 지분율 50% 초과시에는 30%를 할증평가해서 세금을 내야 한다.
중소기업은 할증비율이 절반 수준인 10%~15%을 적용받으며, 원활한 가업승계 지원을 목적으로 내년까지 할증평가를 유예받고 있다.
반면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동일한 할증평가방식을 적용받아 주식가치가 실제가치에 비해 과대평가되고, 이에 따라 상속세 부담이 늘어 가업상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례로 51% 지분율에 500억원의 중견기업 비상장 주식을 14년간 보유한 A씨가 사망할 경우, 아들 B씨가 가업상속으로 내야 할 상속세는 241억1천1백만원에 달한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가 없다면 B씨가 내야 할 상속세는 173억6천1백만원이다. 할증평가 제도로 인해 67억5천만원에 달하는 추가세금을 납부해야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제도는 동일한 금액의 주식이라 하더라도, 경영권이 있는 주식은 그렇지 않은 주식보다 실제 가치가 높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경영권이 있는 최대주주 주식을 소액주주 주식과 달리 취급할 필요가 있으나 현행 국내의 할증평가 방식은 주요국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주요국처럼 최대주주 주식을 할증평가하지 않고, 소액주주 주식에 대한 할인평가를 통해 주식가치평가를 달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할증평가 제도가 없다. 독일은 최대주주의 경영권프리미엄에 대한 할증평가가 없으며, 그 대신 지분이 10% 이하인 주주 등 소액주주 주식을 10% 할인평가해 최대주주 주식과 소액주주 주식가치에 차이를 두고 있다.
일본도 대주주에 대한 할증평가 제도가 없으며 대주주 주식과 소액주주 주식에 대해 평가방식 자체를 구분해 경영권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
대주주 주식은 해당 비상장기업의 순자산가액, 유사업종에 속한 상장회사의 주가 등을 기초로 평가하고, 소액주주 주식은 발행회사규모와 관계없이 연간배당금의 현재가치로 평가한다. 소액주주의 경우 회사를 지배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단순히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또 중소기업의 경우 대주주 주식이라도 지분율이 50% 이하이면 20%를 할인평가해 비상장주식의 과대평가를 방지하고 있다.
이밖에 보고서는 비상장주식 평가방식 세분화를 제안했다. 현행 세법이 비상장주식을 일률적인 공식으로 평가하고 있다보니 기업의 실질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독일이나 일본은 비상장주식 평가공식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법령이 아니라 국세청 통칙 등에서 규정하고 있어 공식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도 납세자가 합리적인 방안임을 입증하면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공식을 적용하더라도 업종, 종업원수, 자산, 매출 등에 따라 차등화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1본부장은 "새정부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가업상속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가업상속의 큰 걸림돌이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도 가업상속공제율을 높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원활한 가업상속을 위해 힘써왔지만 여전히 상속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주식의 적정한 평가와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확대를 통해 장수기업이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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