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규제당국의 보조금 규제가 이어지면서 이동통신 시장 경쟁이 급속히 냉각됐다. 통신사들은 가입자 지키기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기존 가입자를 위한 망내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 출시가 대표적이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지난 1일 집계한 3월 이동통신 번호이동가입자는 전월 대비 24% 급감한 75만3천335명을 기록했다. 알뜰폰으로 번호을 옮겨간 5만66명을 제외하면 70만명을 갓 넘긴 수치로, 최근 3년간 월평균 번호이동치인 98만3천881명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지난 2010년부터 월 번호이동 가입자가 70만명 이하로 내려간 것은 2010년 초 2개월과 불법보조금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시장조사가 있던 2012년 10월이 유일하다.
그 정도로 지난 3년간 업계는 스마트폰 초고속 확산과 LTE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연중 과열경쟁'을 벌였던 것이 사실.
특히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100만원선 안팎으로 치달은 것도 보조금 경쟁을 부추겼다. 비싼 단말기를 쉽게 살 수 있는 이용자가 많지 않다보니 단말기 가격을 수십만원씩 할인해주는 현금 경쟁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던 시장이 3월 들어 급격히 냉랭해진 것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당국의 규제의지 때문으로 보인다.
통신사 관계자는 "10년만에 통신3사가 신규가입자모집금지(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처분을 받았는데, 그 기간동안 오히려 가입자 쟁탈전이 심화되면서 규제당국이 이제는 과열주도사업자 한 곳만 가중처벌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면서 "특히 청와대가 직접 나서 보조금 규제 의지를 표명한 마당에 보조금을 과도하게 뿌릴 수 있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누구든 (보조금 경쟁을) 먼저 시작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단독 영업정지까지도 맞을 수 있다"면서 "그 경우 가입자이탈이 정말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업계가 스스로 보조금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조금 경쟁이 다소 완화되자 통신사들은 가입자 '수성'에 나섰다. 기존 가입자들에게 기기변경시 27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 그 시작이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31일부터 2월21일까지 22일간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자 '착한기변'을 시행하며 기존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고자 했다. 연이어 KT도 영업정지 기간동안 '통큰기변'이라는 이름으로 동일한 정책을 폈다.
이어 SK텔레콤이 '음성무제한' 요금제로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 회사는 지난 3월21일 'T끼리요금제'라는 상품을 내 놓고 이에 가입하면 가입자간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뿐만아니라 문자 메시지를 전면 무료화 했고 데이터 공유 요금제에서 단말기당 받던 9천원의 접속료를 두대까지 무료로 전환했다.
이날 SK텔레콤 박인식 사업총괄은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하는 것보다 현재 통신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익이 있다고 판단되면 고객들은 통신사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T끼리요금제를 통해 보조금 경쟁을 그치고 진정한 요금경쟁,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가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업일수로 3일만에 20만명이 T끼리요금제로 이동했던 것.
경쟁사인 KT 역시 앉아서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처지가 됐다. 결국 KT는 8일 후인 29일 가입자간 무제한 음성통화를 골자로 하는 모두다올레 요금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통신정책 전문가는 "당국이 보조금을 규제할 때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반발하는 등 소비자들이 그다지 환영하질 않았다.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보조금 규제에 따라 요금 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는 "요금 경쟁은 훨씬 많은 통신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차별적 요소가 적다"면서 "가입비 폐지 등 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도 부응하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