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기자]삼성이 스티브 잡스형 신입사원을 뽑는다. 사상 처음으로 소프트웨어(SW) 직무에 인문학 전공자를 특별채용키로 했다.
인문학과 SW에 정통한 '통섭(統攝)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21세기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혁신은 창의성이 넘치는 인문학과 첨단 SW의 융합에 있다"고 본다. 사실 이같은 인식은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인 애플과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한테서 배운바 크다. 주지하듯 잡스는 기술 투자보다 인문학과 기술을 결합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혁신을 주도했고 시장을 이끌었었다.
그러니 삼성으로서는 적한테서 제대로 배우고 있는 셈이다.
통섭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특히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현실로 구체화할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라 할 수도 있다.
삼성은 13일 올해 대졸 공채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인문학 전공자 SW 직무 특별채용'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문계 전공자 가운데 SW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대상이며 채용규모는 200명이다. 선발된 사람은 입사 내정자 신분으로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에서 교육을 받게 되며 이수 후에 SW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된다. 교육과정을 중도 포기하거나 수료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입사가 불가하다.
SCSA는 6개월 과정이며 총 960시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일반 4년제 대학 전공수업 시간의 1.2배 수준에 해당한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미래에는 기술적인 SW 개발역량을 넘어 인간과 소통하고 인간을 이해하는 SW 기술이 경쟁력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통섭형 인재 선발은 21세기 새로운 문명 창조를 삼성이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시인이기도 한 삼성전자 김정한 DS부문 소프트웨어 연구소장은 "저는 사람을 이해하면 모든 프로덕트가 나온다고 믿는다"며 "이제는 인문학적 감수성과 통찰력을 수학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뛰어나 인재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 채용은 또 인력 수급 불균형 현상을 보완하기 위한 기업의 자구 노력이기도 하다.
최근 대학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인문계인 반면 삼성의 경우 신입사원 중 70~80%가 이공계 출신이어서 인력 수요와 공급간에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인문계 졸업자 SW 직무 특별채용을 통해 인문계 취업의 문호를 넓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특별 채용은 삼성 계열사 가운데 전자와 SDS 등 두 곳에서 실시한다.
삼성 측은 앞으로 이런 형태의 채용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삼성은 또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고용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올해 채용규모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3급(대졸) 신입사원은 총 9천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며 상반기에는 지원자 규모와 수준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스펙보다는 능력과 자질 그리고 열정을 중심으로 선발할 계획이며, 저소득층 5% 할당, 지방대 출신 35% 선발 등 이른바 '함께 가는 열린채용' 기조을 공고히 할 예정이다.
삼성 공채에 응모하고자 하는 사람은 홈페이지(www.samsungcareers.com)에 들어가면 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다. 모집기간은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이균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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