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통신회사 SK텔레콤이 '탈(脫)' 통신을 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통신사업만으로 '배 부르던' 시절은 사실상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탈 통신'이 말 처럼 쉽지만은 않다. SK텔레콤은 지난 2005년부터 탈통신을 이야기 해 왔다. 하지만 아직 뚜렷하게 맺힌 '열매'가 없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업 특유의 DNA를 버리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SK텔레콤의 수장 하성민 사장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때문에 SK텔레콤의 2013년 탈통신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여유있는 마음가짐이 아니다. 지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함이 밑바탕에 깔린 근본적인 환골탈태를 추구하고 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25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3에 참가해 이 회사의 다양한 융합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세계 통신사업자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임원회의(보드미팅)'에서는 '앞으로 통신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심도깊은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하나였다. "통신은 회사의 근간이다. 하지만 이 근간만으로 먹고 사는 시대는 끝났다. 통신 그 이상의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하성민 사장은 이렇게 강조한다.
◆2015년 매출 1조5천억원…3배 성장
2010년 스마트폰이 국내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모바일인터넷 혁명이 시작됐다. 각종 생활 편의 서비스가 손안의 스마트폰 속으로 급속히 빨려들어왔다. 그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였다.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수익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건당 20원을 받는 문자메시지는 통신사의 알토란 같은 수익사업이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메신저 서비스가 시장을 점령하면서 통신사의 문자 사업성은 단 1~2년만에 급격히 악화됐다.
통신사의 최대 수익원이자 아직도 통신회사 수익구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음성통화 사업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그 밑바탕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발전한 '보이스톡'이 그 대표 주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부터 시작해 보이스톡까지,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해 '공짜 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대로라면 통신회사들은 순식간에 무너진 문자사업의 전례를 그대로 밟게 될 것은 자명해 보였다.
2013년, 이 화두는 통신사들과 카카오, 다음 등 인터넷 사업자와의 현재진행형이다.
"안정적인 모바일인터넷 품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우리는 그같은 망 투자 경쟁에서 순간이라도 뒤쳐질 수 없습니다. 통신망에 대한 투자 압박은 날로 거세지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통신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위협적인 경쟁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탈통신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성민 사장이 멀리 스페인까지 날아와 탈통신에 대해 강조하는 이면에는 이같은 절박함이 기저에 깔려있었다.
그는 탈통신을 하기 위해 통신DNA부터 바꿔야 한다는 외부 지적에 대해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그동안 통신회사들이 탈통신을 외친지는 오래됐으나, 그들의 '기업사업'이라는 면면을 보면 결국 '회선' 몇 개 더 구축하고, 법인가입자 얼마를 더 확보하는 등 통신사업으로 최종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통신분야 전문가는 "국내 통신사들이 탈통신을 외친것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상 탈통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통신DNA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망만 가지고 있으면 어쨋든 요금이 들어오는, 그같은 돈벌이 구조에서 하루빨리 탈피하지 않는한 탈통신은 요원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하 사장은 이 지적에 깊은 공감을 나타냈다.
"그랬죠. 10년간 탈통신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이제 바뀌지 않으면 안됩니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바로 일하는 방식과 문화, 구성원들의 사고 자체가 변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탈 통신의 시작입니다."
그래서 SK텔레콤은 최근 수년간 대대적인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통신 전문가가 아닌,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 ICT 서비스 전문가, 심지어 법률 및 조직 전문가도 SK텔레콤의 영입 대상이다.
하 사장은 "SK텔레콤에 새로운 피가 많이 수혈되고 있다"면서 "그 분들이 와서 우리가 갖고 있는 것(역량)과 합치는게 중요하다. 이는 문화를 바꾸는 것이며 생각의 형태, 일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하 사장은 이를 '당면과제, 지상과제'라고 표현했다. 탈통신을 위한 체질개선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명확한 목표도 세웠다. 2015년엔 현 5천억원 매출의 3배에 달하는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진중하고 계획적으로 일을 추진해나가는 것이 하 사장의 특기이지만 탈통신에 대해선 보다 공격적이고 확실한 추진력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그는 보였다.
"B2B 솔루션이라고도 하지요. 기업사업 부문인데, 이 사업이 예전엔 좀 지지부진했었습니다. 회선을 파니까 덤으로 솔루션도 팔 수 있구나, 이런 안일한 생각도 일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젠 바뀌고 있습니다."
하 사장은 "아직 SK텔레콤의 솔루션들이 기업 구매담당자들을 확 끌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기술에 대한 부족함은 '파트너십'으로 메꿔가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과거엔 우리가 혼자 다 하려고 했습니다. 최고의 통신회사가 최고의 ICT 기업도 될 수 있을 줄 알았죠. 하지만 파트너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압니다."
따라서 SK텔레콤은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협력사와 벤처기업들 간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나가겠다는 의지다. 기회가 된다면 벤처회사와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단행해 내재화 하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물론 탈통신을 하겠다고 통신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통신사업 자체에 대한 경쟁력은 기본이다. 이 기반 위에 ICT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SK텔레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LTE 망을 구축했고 가장 높은 품질의 LT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같은 투자는 세계 어느 사업자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탈통신을 통해 ICT 기업으로 재도약 해 나갈 것입니다."
하 사장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결연했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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