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2003년, 한국의 한 IT 벤처 기업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에 진출한지 6개월 만에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세계 시장에서는 25%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아이리버가 그 주인공. 당시 아이리버는 그야말로 혁신의 대명사였다.
국내시장서도 7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아이리버의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5년 사과를 베어 무는 광고로 애플에게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아이팟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아이리버는 연이은 스마트폰의 폭격에 맥없이 쓰러져갔다.
박일환 아이리버 대표는 "스마트폰의 공습으로 아이리버는 '전략적 변곡점'을 맞았고 과거 패러다임을 따라서 죽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더 강해질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에 놓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기업이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을 말한다. 모든 비즈니스 주기는 포물선 모양의 과정을 겪게 되는데 점점 성장하다가 정점을 찍고 쇠퇴기를 맞게 된다. 이 정점을 전략적 변곡점이라고 말한다. 전략적 변곡점에서의 선택이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게 된다.
박 대표는 "애플도 IBM PC 때문에 망할 위기를 맞았다가 1997년 '맥 OS X'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내면서 반등했고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정상에 올라섰다"며 "지금의 아이리버도 그 당시의 애플과 동일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맥킨토시와 아이팟을 택했다면 아이리버는 '초고음질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와 '패드 제품군'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회사의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본 아이덴티티(Born Identity) '아스텔앤컨'으로 지킨다
MP3로 대표되는 뮤직 플레이어는 아이리버의 뿌리와도 같다. 박 대표는 "아이리버의 본 아이덴티티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이 빠른 속도로 잠식해가고 있는 MP3 시장 대신 새로운 개념의 초고음질 하이파이 오디오 플레이어 '아스텔앤컨'으로 신(新)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스텔앤컨은 MQS(마스터 퀄리티 사운드) 재생이 가능한 휴대용 하이파이 오디오 플레이어다. MQS는 음반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초고음질(24비트·192kHz) 음원을 의미한다. 현존 디지털음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음원이다.
지난 10월 출시된 아스텔앤컨은 국내 뿐 아니라 현재 일본, 홍콩, 이탈리아, 미국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또 아이리버는 MQS 파일을 공급하는 사이트 '그루버스'를 운영하면서 초고음질 음향기기 시장 생태계도 구축해가고 있다.
타깃도 확실하다. 박 대표는 "아스텔앤컨이 고가이기 때문에 아직 일반 소비자들은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음질에 민감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매우 좋다"며 "전체 소비자의 16%를 차지하는 이노베이터와 얼리어답터를 타깃으로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어발식 사업다각화? NO!…패드 시장 본격 공략
박 대표는 "혹자는 아이리버가 스마트폰, 로봇 등 너무 많은 것들을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로드맵은 매우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가 보고 있는 시장은 태블릿 시장보다 좀 더 확장된 개념의 '패드' 시장"이라고 말했다. 키봇, 전자책, 스마트폰 등 각각 다른 제품군으로 보이지만 제품 전반에 적용되는 하드웨어 기술이 비슷하고 수행하는 역할도 비슷해 결국 모두 패드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박 대표는 "패드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고 아이리버는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패드 시장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올해 안에 회사의 기술력으로 제작한 태블릿을 선보이면서 태블릿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나설 예정이다.
박 사장은 "콘텐츠는 점점 증가하고 있고 콘텐츠에 가장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기는 태블릿밖에 없기 때문에 태블릿 시장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 선보인 OEM 방식의 태블릿이 아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최적화된 자체 개발 태블릿으로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나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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