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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장난? 사이버폭력 심각


[인터넷선진국, 이젠 문화다]②즉흥적 장난으로 치부 안돼

[김영리기자] "이제 토크쇼 안나가도 되고 공식적으로 아픈 얘기 안해도 되죠? 이제 다시는 아픈 거 말하고 싶지 않으니 다들 도와주세요...제발 부탁드립니다...제발..."

이제는 고인이 된 울랄라세션 리더 고 임윤택이 생전에 SNS 상에 남긴 글이다.

케이블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우승으로 스타가 된 고 임윤택씨는 위암 4기인 것을 밝히면서 이슈가 됐다. 그러나 인터넷 상의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투병을 의심하며 '진짜 아픈 것 맞느냐' '암 마케팅이다' '아직 살아있느냐'라는 악의적인 댓글(악플)을 서슴없이 달았다.

고인은 이런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주치의의 의학적 소견까지 공개하고 토크쇼에 나가 직접해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고인을 향한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그의 결혼과 2세 소식에 악플러들은 그의 가족까지 한 데 묶어 더욱 자극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임 씨는 그의 부인이 악플러들을 고소하자고 하자 '청소년들이 장난삼아 올린 글인데 고소하면, 그들 장래는 어떻게 되겠느냐. 악플러도 있지만 응원해주는 분들이 더 많아서 괜찮다'며 말렸다고 한다. 자신의 SNS에는 '악플 써주시는 분들은 콘서트 티켓을 보내줄테니 직접 공연을 보러오시라. 그래도 마음에 안들면 할 수 없지만 노력했다는 것만이라도 알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토크쇼에 나가선 '그 분들 입장에선 오해할 수도 있다'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11일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임윤택씨는 그의 죽음 뒤에도 악플에 시달려야만 했다. 악플러들은 '위암으로 죽은 척 하는 것이다' ' 위암이 아니라 자살이다' '슈스케 우승상금으로 해외로 이주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자작극, 조작이다' 등의 입에도 올리기 힘든 글들을 쏟아냈다.

인기 연예인들을 향한 악플 공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수 타블로는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이 허위라는 주장을 하는 네티즌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을 상대로 오랜 법적 투쟁 끝에 누명을 벗었다.

걸그룹 티아라 멤버 화영 왕따 논란이 일자 다른 멤버들을 향한 악플이 쇄도했으며 프로야구 선수와 스캔들에 휘말린 송지선 아나운서가 그의 품행을 비난하는 악플에 견디지 못해 자살을 택했다. 가수 유니와 트랜스젠더 연예인 장채원, 톱스타 최진실 등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배경으로 악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악플은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OO녀, OO남 등의 이슈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오르내린다. 신상털기를 당한 이들의 정보는 순식간에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퍼지면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을 당한다.

대전의 한 여고생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인기 연예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단 이유로 온갖 악플에 시달리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고 임윤택씨에게 악플을 단 사람의 신상이 다시 털리면서 또 다른 악플을 생산해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 바 있다.

악성댓글, 신상털기, 마녀사냥, 사이버 괴롭힘 등의 사이버폭력은 10대, 20대 등 나이가 어린 층에서 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세대별 악성댓글 작성 경험은 10대 48%, 20대 29%, 30대 17.4%, 40대 14.8%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초등학생 악성댓글 작성 경험자들은 악플 작성에 대한 죄책감이 적으며 심지어 재미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자기가 지게 될 책임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가 어떤 상처를 입을지 생각지 않고 즉흥적으로 악플을 단다"며 "또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는 것을 자신을 향한 관심이라고 여긴다"고 분석했다.

김영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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