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불확실한 외부환경과 그룹 오너의 법정 구속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투자는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
SK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약 16조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공백으로 글로벌 성장동력 발굴과 대규모 투자 시행 등에는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창근(사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18일 오전 서린동 사옥 35층 SK클럽에서 출입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15조원 정도 투자했는데 적어도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까지 침체된 상황일수록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투자 실행은 기업의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울 때 투자에 움추리면 자칫 경쟁대열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는 고졸 사원 2천400~2천500명을 포함해 채용 규모도 지난해 수준인 7천500명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투자는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도 궤적을 같이 한다"면서 "고용 창출이 없는 성장은 큰 문제로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채용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특히 SK가 올해 본격 시행에 들어간 '따로 또 같이 3.0' 경영체제의 안착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따로 또 같이 3.0'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며 "지난 1953년 SKMS(선경 매니지먼트 시스템) 도입 이후 1975년 수펙스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50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과 계열사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돼 온 경영관의 집대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또 "따로 또 같이 3.0은 이사회 중심 경영에 CEO의 리더십을 더하는 새로운 경영체제로 그룹 전체로는 집단지성체제 구축을 꾀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 보완해 따로 또 같이 1.0, 2.0, 3.0을 넘어 앞으로 4.0, 5.0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로 또 같이 3.0은 지금까지 어느 기업도 시도해 보지 않은 전혀 새로운 경영방식"이라면서 "SK는 3.0 체제를 통해 한 단계 더 진화∙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새 경영체제의 안착을 통해 기업가치 30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세운 것과 관련해서는 "장기 관점이지 구체적 시점을 정해 둔 로드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SK그룹의 17개 계열사와 그 자회사 85~86개 매출을 합쳐 중복되는 부분을 제외할 경우 기업가치가 100조원가량 된다"며 "300조원 목표는 모든 회사들이 각 계열사 사정에 맞게 3~5년 단기 목표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달성되는 것이며 그룹 차원에서 시기를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그룹의 새 리더로서 앞으로 각오와 계획에 대해서도 그는 "내 역할은 지휘나 명령이 아닌, 조정"이라고 밝혔다.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골자로 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의 수장 직함에 어울리는 답변이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 강한 리더십이 성장을 견인했다면 앞으로는 집단 지성체제를 통해 의견을 조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17개 계열회사와 80여개 자회사 간 중첩된 부분과 이견 등을 조절, 조정하는 역할에 (SK그룹에서의) 38년여의 경험과 경륜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법정 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과 관련해서는 "당황스럽다"는 말로 운을 뗏다.
그는 "글로벌 전략 투자와 사회적기업 육성 , 핸드볼 활성화 등 최 회장이 주도적으로 진행해 온 역할의 공백을 완벽히 메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전 세계 기업의 CEO 및 오너 레벨들과 오랜 기간 교류를 통해 최 회장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른 누군가가 맡기에는 사실상 무리가 있다"며 "전문경영인으로서 한계가 느끼는 것도 사실이며, 조직원 전체가 머리를 모아 최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10여년전 분식회계 사건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SK 60년 동안 대내외 외부환경이 항상 우호적이진 않았다"면서 "단기적으로 보면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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