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앤 드로이드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출간 전 견본을 들고 앉아 베끼기 시작했다. 1장부터 마지막 38장까지 한 자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베꼈다."
'자바 특허 전쟁'에서 구글에 패배한 오라클이 반격을 시작했다. 오라클은 78쪽 분량의 항소이유서를 통해 자바 API는 특허권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특히 오라클은 항소이유서 첫 머리부터 '해리포터' 시리즈를 무단 도용하는 '앤 드로이드'란 가상의 소설가를 등장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은 지난 해 5월 구글 안드로이드가 오라클의 자바 API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구글의 자바 API 활용은 '공정 이용'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오라클, 자바 특허권-구글 특허침해 모두 입증해야
이번 특허 전쟁은 오라클이 지난 2010년 구글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오라클은 2009년 70억 달러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특허 공세를 시작했다. 오라클은 구글을 제소하면서 60억달러 가량의 피해 배상금을 요구했다.
1심 재판 당시 배심원들은 안드로이드가 자바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평결했다. 하지만 자바 API 이용은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면서 사실상 구글에 면죄부를 부여했다.
1심 재판을 주관한 윌리엄 앨섭 판사는 배심원 평결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일종의 프로그램 코드인 API는 특허권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앨섭 판사는 API는 개별적인 저작물보다는 저술 작업을 할 때 참고하는 도서관과 더 가까운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항소심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자바 API도 특허권으로 보호받아야 할 뿐 아니라▲구글의 자바 API 활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오라클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항소심에 임하는 오라클의 논리는 간단하다. 우선 API 특허권 문제에 대해선 미국 저작권법이 저작권에 대해선 상당히 포괄적으로 보호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적인 작품일 경우 제 아무리 성글거나 하찮을 지라도 저작권을 보호해주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또 구글이 자바를 이용한 건 상업적인 목적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에 공정 이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 오는 3월말까지 답변서 제출
오라클의 항소이유서는 내용 못지 않게 독특한 형식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끈다. 총 78쪽 분량의 오라클 항소이슈서는 법률문서답지 않게 첫 머리부터 가상의 소설가를 등장시킨다.
'안드로이드'를 연상시키는 '앤 드로이드'란 가상의 소설가가 '해리포터' 시리즈 5권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그대로 베낀 뒤 문장을 살짝 바꾼다. 그런 다음 '앤 드로이드의 해리포터 5.0'이란 제목으로 조앤 롤링보다 한 발 앞서 출간한 상황을 가정했다.
원작자인 조앤 롤링이 저작권 침해혐의로 제소하자 앤 드로이드는 "해리포터 팬들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만 베꼈기 때문에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맞선다. 이럴 경우 과연 앤 드로이드의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겠냐는 것이 오라클의 주장이다.
오라클로선 '앤 드로이드'란 가상의 소설가와 '해리포터' 시리즈를 항소이유서 첫 머리에 등장시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덴 성공했다. 사안을 단순 명쾌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보스턴에 있는 울프 그린필드란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드 웰시 변호사는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승리하길 원한다면 오라클이 전략을 잘 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라클의 항소이유서에 대해 구글은 오는 3월까지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오라클의 독특한 공격에 대해 구글은 어떤 논리로 맞설까? 느닷없이 등장한 '해리포터' 때문에 엄청난 시선을 받게 된 이번 소송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 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