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음성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운전 도중 내비게이션과 DMB 등에 영상을 표시하거나, 이런 기기를 조작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음성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비게이션 업계들도 관련 제품 출시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파인디지털은 약 4년 전부터 음성인식기술은 내비게이션에 적극적으로 채택해 왔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내비게이션 기기를 선보인 현대엠엔소프트도 음성인식기능을 적용했다. 팅크웨어는 지난해 11월 음성인식 서비스업체 파워보이스를 인수하고 지난 5일부터 음성인식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각 업체는 150만 단어에서 200만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 내비게이션의 음성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음성인식 내비게이션들을 직접 체험해봤다.
◆명령어 인식은 곧잘…200만 단어는 글쎄
세 업체의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사용법이나 인식 수준은 대부분 비슷했다.
내비게이션 전원을 켠 후 화면에 보이는 마이크 아이콘을 터치하거나, 함께 제공되거나 별매로 판매되는 리모컨을 사용해 음성인식화면으로 전환한다. 화면에 마이크 그림이 등장한다.
내비게이션에 등록해 둔 집이나 회사로 갈 때에는 '집으로' 혹은 '회사'라고 외치면 추천 경로 목록이 뜬다. 리모컨이나 터치로 경로를 선택하면 경로 안내가 시작된다.
DMB 재생이나 음악 재생 등의 명령어도 잘 인지한다. DMB 재생 시에는 'MBC', 'KBS' 등 채널명을 말해도 전환이 된다. 음악 재생은 '뮤직 재생'이라고 말해도 실행이 된다. '다음곡', '이전곡' 등 간단한 명령어도 잘 알아듣는다.
'명칭검색' 혹은 '주소검색'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명칭이나 주소를 말하라는 안내가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명령어 이외의 단어 인식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예를 들어 명칭검색에서 '부산역'이라고 말할 경우 발음이 비슷한 '부천역', '추전역', '부전역' 등 다양한 명칭들이 목록에 뜬다. 목록만 한 페이지 이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길고 구체적인 단어는 의외로 더 쉽게 인식했다. 하지만 주소검색에서는 시와 구까지는 비슷하게 인식을 했지만 동이나 구체적인 번지수 인식은 매번 실패했다.
◆자동차 소음에서는 거뜬…리모컨은 필수
주행 중 발생하는 소음 속에서도 음성인식이 잘 될 수 있을까. 주행 중일 때와 멈춰 있을 때 인식률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라디오나 음악을 재생했을 때에도 인식률은 비슷하다. 주변의 소음과 운전자의 음성을 구분해 인식했다.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이 주행 중 검색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해줄 수는 있을 것 같지만 '음성'으로만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데는 아직 무리가 있다.
처음 자동차를 타고 명칭검색 과정을 거쳐 최종 경로 안내를 받을 때까지 보통 4~5번의 터치나 리모컨 조작이 필요했다. 보다 편리하게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리모컨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할 듯 하다.
음성인식 내비게이션이 당장 완벽한 서비스를 지원하지는 못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각 업체가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골몰하고 있는 만큼 올해부터는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백나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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