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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박근혜 정부'와 옹고집


[정진호기자] 한국인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근면과 끈기는 언제나 상수로 꼽히는 덕목이다. 하지만 이같은 덕목이 좋게 말해서 부지런하고 순수하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상당수 이방인들의 눈엔 상대적으로 억척스럽고 고집스러움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종교나 사상적인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의 완고한 유교적 사상이나, 지나친 청교도적인 기독교 문화, 문자주의에 빠진 맑스주의처럼 어떤 사안에서 한국인들은 공자보다 더 공자스럽고, 예수보다 더 예수스러우며, 맑스보다 더 맑스답다고들 한다.

특히나 우리 정치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이런 원칙주의적인 사고는 때론 '옹고집'이란 강한 자의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억지가 심하고 자기 의견만 내세워 편협하고 잘못된 현실 인식을 드러내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이러한 주류는 다양성이나 개방성보다는 폐쇄성이 강해 낡은 사고에 갇혀 사회적 억압으로 흐를 위험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러한 폐쇄적 경향이 절대권력과 만날 경우 권위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나만이 옳고 다른 이들은 그르다는 식의 독선의 폐해와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선 시대와 조류에 편승하는 기회주의보다 원칙주의가 더 높은 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긴 하지만 이는 자칫 토론과 사상의 자유로움을 가로막고 극단적 폐쇄적 사회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기회주의나 출세주의적 사회만큼 바람직하지 않다.

역사나 시대적 조건을 무시한 절대적 진리의 추구가 허구성에 빠질 수 있을 것 처럼 억지스럽고 고정된 현실 인식은 늘 조직과 사회를 짖누를 수 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결국 자신의 거취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국회 표결에 부치라'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격 살인을 당했다', '내 덕에 특정업무경비 제도가 개선됐다', '(특수경비)3억원을 환원하면 되지 않느냐'며 오히려 지금의 헌재소장 공백 사태의 잘못을 청문회 제도 탓으로 돌린다.

이 후보자의 현실 인식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는 원칙주의자가 빠질 수 있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 청문회에서 드러난 이 후보자의 고위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언행만으로도 그가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고 소외된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장감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 국민들의 판단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말하는 원칙과 소신이 혹여 '원칙주의'를 앞세운 옹고집이 아닌지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오는 25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정부'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버티기로 나선 이동흡 후보를 비롯해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낙마 과정을 되집어보면 '원칙대로'만을 외치는 박근혜 정부의 폐쇄성이 향후 국정 전반의 합리성, 개방성 상실과 조직의 무력감으로 나타날까 우려스럽다.

여당의 지도부는 '당선인의 뜻'이라며 한 나라의 정당 의원들에게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이견을 달지 말것을 요구하고, 인수위는 혼란을 막고 통합과 결속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토론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은 결코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아닐 것이다.

우리 공동체의 삶에 깃든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것은 미덕이겠지만 불통과 독선으로 흐를수 있는 옹고집은 버려야 할 악덕 중에 하나다.

정진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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