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빠른 발전 속도만큼 우리 삶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곳도 인터넷이다. 그러나 인터넷 문화는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악성댓글을 통한 언어폭력, 마녀사냥, 명예훼손 등의 부작용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아이뉴스24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터넷 문화도 성숙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인터넷은 이용자들이 다양한 생각들을 주고받는 '열린공간'인 동시에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 '공동의 공간'이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우리 인터넷 문화의 현실을 되짚어 보고, 이를 통해 인터넷 문화 선진국의 방향을 가늠해보려고 한다.[편집자주]
[김영리기자] #1. 고등학교 3학년 김소은(가명.18)양은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친구가 많지 않다.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해 인터넷 채팅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김 양은 "학교 친구들은 서로 욕하고 질투하고 신뢰가 가지 않아요. 그런데 채팅에서 만난 사람들은 제 마음을 잘 이해해주고 제 편이 돼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컴퓨터가 고장나서 며칠째 채팅을 못하게 되면서 김양은 불안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는 정말로 친구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심한 우울감까지 느꼈다.
#2. 서울에 사는 재수생 박민수군(가명. 19)은 대학 진학에 실패하며 바깥 출입이 줄었다. 박 군은 남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다니던 재수 학원마저 그만두면서 새벽 4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모니터 앞에만 앉아 있다. 김 군이 빠져 있는 것은 게임과 채팅. 게임은 박군이 현실에서는 달성할 수 없던 1등이라는 기록을 안겨주었다. 채팅은 이젠 만날 수 없는 친구를 선사해줬다. 어머니와 박군의 갈등은 커져갔지만 대화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박군과 가족의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3. 엄마의 손에 이끌려 인터넷중독센터를 찾은 중학교 2학년 이수지(가명.14)양은 자신이 왜 인터넷 중독인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원만 오가는 착실한 학생일 뿐이라며 컴퓨터 앞에도 잘 앉지 않는다고 억울해 했다. 그러나 이 양은 말하는 도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우리나라 10대의 99.9%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인터넷은 청소년들의 일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이에 따른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현상도 비례해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넷은 잘 쓰면 '약'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과도한 사용과 오용에 따른 중독, 사이버 왕따, 음란물 중독, 은둔형 외톨이, 과다한 요금 등의 역기능들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1년 인터넷중독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인터넷중독률은 10.4%에 달했다. 이는 전체 평균 7.7%에 비해 2.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고등학생의 인터넷중독률이 12.4%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생 중 4.1%는 고위험군에 속해 2.1%를 기록한 초·중학생 고위험군의 2배가 넘었다.
인터넷 부작용 심화 현상은 자기 제어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의 심리적 불안, 일탈 행동, 학업능력 저하, 사이버 폭력 및 범죄 등의 촉매제로 작용하면서 더욱 큰 사회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사이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인천대 김계원 객원교수가 수도권 거주 중고등학생 3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소년 인터넷 중독 수준과 사이버 범죄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반 사용자에게서 중독 고위험 사용자로 갈 수록 사이버범죄 경험 빈도가 높아졌다. 즉, 인터넷 중독이 심할수록 사이버 범죄율이 높다는 것.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범죄 유형인 '디지털저작물침해'에 대해 고위험 이용자의 70.2%가 경험이 있었다. '사이버 명예훼손·악성댓글·허위사실유포'는 고위험 이용자의 36.8%가 인터넷에서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심각한 범죄로 발전할 수 있는 '사이버 사기(게임아이템·속임수 거래)'도 고위험 이용자는 경험률이 24.6%나 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서도 인터넷이용자 중 49.2%, 특히 10대 청소년의 76%가 사이버 폭력의 가해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인터넷 사용 문화, 윤리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선 규제와 억압보다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조기 교육과 관련 기관,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의 자체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홍익대 황창근 법대 교수는 "기업·학계·시민단체·정부가 적극 나서서 교육과 홍보 등 인터넷 윤리의 제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또한 인터넷 윤리 문제를 청소년 보호의 문제로 집중할 필요가 있으므로 인터넷 유해 환경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한 가정·학교 사회 및 정부의 집중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영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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