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천재개발자' 송재경이 개발한 아키에이지가 동시 접속자 수 10만명을 돌파하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아키에이지가 PC방 점유율 순위에서 대표 MMORPG인 리니지2와 리니지에 앞서 5위까지 뛰어올랐고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등과 치열한 장르 1위 경쟁을 시작하면서 새해 벽두 MMORPG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최근의 MMORPG 시장을 되돌아보면, 지난해에 선보인 블레이드앤소울이 동시접속자 수 20만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외에 따로 출시한 MMORPG의 성적은 동시접속자 2만명을 넘기기도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 최근 론칭한 MMORPG 가운데 아키에이지와 비슷한 성적표를 받은 게임은 '테라'와 '블레이드앤소울' 뿐이다.
지난 2일 오전 8시에 개장한 아키에이지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1시간인 오후 9시에 동시접속자 10만명을 넘어섰다. 오픈 1시간만에 서버당 1천명 이상이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 수많은 게이머들이 아키에이지를 즐기기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리기도 했다.
게임 플레이는 비교적 쾌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이나 게임스토리가 매력적이라는 입소문을 타고서 동시 접속자가 꾸준히 증가했다. 개발사인 엑스엘게임즈는 "초기에 구축한 20대의 서버를 꾸준히 늘리면서 이용자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강 '엔씨표'를 겨냥, '테라' 이은 새 도전자
한국 게임 시장에는 '엔씨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특히 MMORPG 장르에서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게임이 아니면 흥행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까지 연달아 MMORPG 4종을 성공시키면서 명실상부, 게임 개발 명가로 우뚝섰다. 현재 PC방 점유율 순위 상위권에 MMORPG 장르는 이들 네 게임 외에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테라 정도밖에 없다.
테라는 지난 2011년 1월, 엔씨표 MMORPG들에 도전장을 던졌다. 논타겟팅이라는 새로운 전투방식을 내세웠던 이 게임은 출시 초반 '엔씨표'들을 누르고 PC방 점유율 1위에 등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테라는 최고에 이르지 못했다. 테라는 PC방 순위 톱10을 지키지 못한 가운데 정액요금을 받던 상용화 정책을 무료로 바꾸고 재도전장을 던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테라가 한국 MMORPG 시장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MMORPG가 아니더라도 한국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테라를 개발한 개발진이 엔씨소프트 출신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테라의 바통을 이어받은 도전자는 아키에이지다. 아키에이지는 리니지를 탄생시킨 송재경의 작품. 송재경은 '엔씨표' MMORPG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송재경이 엔씨표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MMORPG 시장에서 아키에이지의 상황은 테라보다 더 어렵다. 블레이드앤소울, 디아블로3 등 대작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게이머들의 입맛도 그만큼 까다롭게 변한 것이다.
따라서 아키에이지는 10만 동시 접속자 수의 의미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을 짜고 있는 듯하다. 서버별, 지역별 접속인원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용자 분포에 맞춰 인원제한도 보수적으로 조절하면서 안정적인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엑스엘게임즈 관계자는 "장기적인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일부 서버에 패치를 단행하는 등 무리한 동시접속자 늘리기보다 원활한 서비스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운영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아키에이지는 어떤 게임?
아키에이지는 개발에 6년이 걸렸고, 5번이나 비공개 테스트를 실시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작사 측은 네번째 테스트의 경우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콘셉트로 80일간 테스트 후 기간을 연장해 추가 테스트까지 거칠 정도로 게임성 다듬기에 공을 들였다.
1차 테스트 이후에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에서 국내 게임 사상 최고 금액인 5천만 달러(약600억원)의 계약금으로 아키에이지 중국 판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유명 게이머들과 게이머 집단들도 이 게임에 주목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프트 방송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방송 BJ '데저트이글'은 오픈 전부터 자신의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함께 게임을 즐길 사람'을 모집해 오픈 당일, 100여명의 애청자들과 함께 아키에이지에 합류했다.
리니지와 리니지2에서 활약한 게임 이용자 모임인 DK(드래곤 나이츠)도 아키에이지로 이동했다. 이들은 기존 게임에서 보여줬던 수백명에 이르는 소속원 간 단결력을 무기로 아키에이지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갈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작 게임들이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개발사들이 다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개발력으로 새로운 게임제작에 도전하는 선순환이 계속돼야 한다"며 "아키에이지가 특정 게임의 실적을 떠나 국내 게임시장에 긍정적인 바람을 이어줄 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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