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디자인 특허권 남용에 대한 비판에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디자인 보호 범위를 대폭 확대한 특허법 개정안에 서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가옴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해 12월말 디자인 특허의 보호기간과 적용 범위를 확대한 특허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지난 해 8월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고 12월 초엔 하원에서도 통과된 뒤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을 함에 따라 올해부터 미국에서 특허법 개정안(Patent Law Treaties Implantation Act of 2012)이 본격 발효됐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디자인 특허의 문호가 상당히 낮아지게 돼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디자인 특허권을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애플을 상대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이번 법 개정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헤이그협약 가입국서 특허 취득 땐 곧바로 권리 인정
미국 의회가 디자인 특허법을 개정한 것은 국제 추세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특히 미국 특허법에▲산업 디자인 국제 등록에 관한 헤이그협정과 ▲특허법 조약 등을 적용하려는 것이 이번 법 개정의 주목적이다.
이번 법이 적용되면서 달라지게 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14년이었던 디자인 특허권 보호 기간이 15년으로 1년 더 연장된다. 아울러 한 번 청원으로 최대 100개 까지 디자인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 특허권의 문호를 개방한 점도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산업디자인 등록 등에 관한 헤이그 협약에 가입한 45개국에서 취득한 디자인 특허권은 미국에서도 효과를 인정받게 됐다.
개정된 미국 특허법에 따르면 국제 디자인 특허를 취득할 경우 곧바로 미국에서도 임시적인 권리(provisional right)를 부여하도록 돼 있다.
이번 법이 통과되면서 미국 이외 지역에 있는 헤이그 협정 가입국 소재 기업들에겐 다소 유리해지는 측면도 있다. 앞으로는 헤이그협정 절차에 따라 디자인 특허권을 취득할 경우 곧바로 미국에서도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헤이그협정에는 현재 전 세계 45개국이 가입돼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대부분 가입해 있으며, 일본도 헤이그협정에 서명했다. 한국은 2014년 헤이그협정 발효를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허괴물 무차별 소송 대폭 늘어날 듯
미국 특허법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아시아 지역 헤이그협정 가입국을 중심으로 디자인 특허 청원이 쏟아질 경우 미국 특허청의 업무가 폭주할 것이란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시카고에 있는 배너&윗코프 로펌의 특허 전문 변호사인 리처드 스톡턴은 기가옴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지역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면서 "그렇게 될 경우 눈덩이처럼 특허 청원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과 관련해 더 우려되는 부분은 '특허 괴물'들의 무차별 소송 가능성이다. 당장 한번 청원으로 디자인 특허권을 최대 100개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앞으로 관련 소송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디자인 특허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애플을 상대해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도 부담스런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새롭게 통과된 디자인 특허법이 IT 시장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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