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 즉 이른바 '박근혜노믹스'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를 뽑자면 크게 셋이다. 바로 ▲경제 민주화 ▲일자리 ▲복지다.
이 세 가지 키워드의 융합은 2013년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예상되는 대외적 경제위기 파고를 넘기 위한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의 근간이 될 전망이다.
◆경제 민주화 "중소기업·내수에 힘 싣는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는 여야 모두 중요하게 여긴 화두였다. 재벌 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등 그동안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점점 양극화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반성 때문이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을 중시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26일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 박 당선인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을 먼저 만난 후 대기업 회장단을 나중에 만났다. 우선 순위가 어디에 있느냐를 보여준 것이다. 또 대놓고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이에 중소기업을 살피고 골목상권 살리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 관련 공약으로는 대형마트 진입 규제 강화, 대기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진입시 일정 기간 사업 개시·확장 유예, 중소기업 연구개발, 인력 확보, 수출 대책 지원 등이 있다.
게다가 당초 박 당선자는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 분리 강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부당 내부거래 규제 강화 등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책들을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박 당선인의 금산분리 강화안에 따르면,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5%로 제한된다. 그 이상의 지분은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특히 주시하는 부분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74% 중 5%만 행사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태도는 수출기업에 유리했던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당선인 지난 12월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동안 경제가 대기업과 수출에 의존하는 외끌이 경제적인 성향을 띠었다면, 이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내수와 수출이 함께 가는 쌍끌이 경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강화와 함께, 그동안 수출을 위해 내수가 희생해온 정책을 손보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박 당선인의 경제 측근들도 언론에서 고환율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번 밝혔었다.
한편, 박 당선인의 이 같은 '중소기업 프렌들리' 행보에도 불구하고, 현실화 가능성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 민주화 정책들이 실행되려면 국회 법안의 통과가 필수적인데, 국회에서 서로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은 일부 수정 또는 통과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지적이다.
이 증권사는 "여야의 이견이 크지 않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 골목 상권 보호, 재벌총수의 불법 행위 처벌 등의 정책은 실행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 제도, 지주회사 규제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은 대선 당시 후보들 간에 이견이 있었던 만큼 실제 법제화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자리 "창조경제로 일자리 낳는 성장"박 당선인은 일자리를 '창조경제'로 풀겠다는 입장이다.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관련 창조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상상력,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이를 바탕으로 고용을 창출해내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분야를 키워 신성장과 새 일자리 동력으로 삼겠다는 '스마트 뉴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겠다고 한 이유다.
박 당선인은 새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기존 일자리를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방법은 정년 연장, 해고요건 강화, 일방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방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성 등으로 찾을 방침이다. 일자리 질 향상을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도 제시했다.
이처럼 박 당선인의 공약은 고용률 높이기를 목표로 한다. 집권 5년 내에 15~64세 고용률을 유럽연합(EU)와 동일한 수준인 7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구체적인 고용률 목표 수치도 내걸었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구상은 성장률을 중시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대비된다. 이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던 4대강 사업 등은 단기 일자리 창출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를 동반한 신성장 동력 제시라는 점에서 비교적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보완을 모색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복지 : 재원 마련은 증세로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의 큰 틀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에 대한 내용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5세 이하 아동 무상보육, 그리고 기초노령연금을 전 계층에서 실시하겠다는 공약이 그런 특성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1일 여야는 박 당선자의 주요 복지 공약과 관련해 올해 예산 증액을 합의했다. 0~5세 무상보육(1조5천억원), 반값 등록금(5천250억원), 저소득 사회보험(1천468억원) 등이 그것이다.
0~5세 무상보육의 경우, 소득과 무관하게 어린이집 보육료나, 가정양육수당(20만원) 중 선택할 수있다. 당초 이명박 정부는 3월부터 0~2세 유아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접고, 소득 하위 70% 가정에 월 10만~20만원의 양육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박 당선인의 공약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반값 등록금을 위한 장학금용 추가 예산을 5천250억원 확보해 새해부터 실시된다.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대학생들에게 평균적으로 50%의 등록금을 지원하게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 외에도 당초 정부안에 5천억원이 들어있어 이를 합하면 장학금 사업에 1조250억원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안전판 확대도 박근혜 정부의 정책 목표 중 하나다. 기초생활 급여체계 개편, 차상위 계층 기준 변경 등이 그것이다. 기초생활 급여체계는 기준을 기초생활보장 수급대상 선정 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자식이 있어도 도움을 못 받는 이들에게 혜택을 줄 예정이다.
차상위 계층 기준의 경우, 현재는 최저생계비의 120%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상대빈곤'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의 50%'로 바꿔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잠재적 빈곤 위험계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관련 공약 중 눈길을 많이 끌었던 것은 암, 뇌혈관, 심혈관, 희귀성 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75% 수준인 보장률을 오는 2016년에는 10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복지 공약과 관련해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재원 마련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을 100%까지 높이려면 박근혜 정부 5년간 관련 예산이 연평균 1조5천억원 들 것으로 추정되는 등 박 당선인의 복지정책 공약 실천에 연평균 26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 증액이나 국채 발행 등을 해야 한다.
국채 발행 부분은 논란이 있었다. 예결위 간사회의에서는 박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해 국채를 7천억원 이내에서 발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31일 새누리당은 "2013년 예산처리에서 박근혜 공약용 추가 국채 발행은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인 김학용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빚잔치한다는 말은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결국, 복지 재원은 세금 증액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이번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기존 4천만원의 절반 수준인 2천만원으로 낮춘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앞으로 증세와 관련해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여러 세금 관련한 논의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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