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보안업계는 2012년 웃고 울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시행은 올해 보안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지난 3월 본격적인 법 적용이 시작되면서 보안업체들의 솔루션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그늘도 깊었다. 나날이 해킹수법이 진화하면서 보안위협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굵직한 해킹 사건들은 멈추지 않고 발생했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습도 보였다.
모바일 보안도 주목받았다. 업무에 개인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흐름이 차츰 확산되면서 모바일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이유였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보안업체 매출 '훌쩍'
올해 보안업계는 개인정보보호법 덕을 톡톡히 봤다. 보안 컨설팅과 보안관제, 보안 솔루션 부문의 매출이 모두 늘었다.
안랩(대표 김홍선)은 보안 컨설팅 사업이 호조를 보여 올해 꿈의 매출 1천억원에 도달하기도 했다. 인포섹(대표 신수정)은 법 시행 후 보안관제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대비 40%의 성장을 달성했다.
이글루시큐리티(대표 이득춘)도 특히 서비스 사업부문에 있어 보안관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3분기 누적 매출이 작년 한 해 매출(약 362억원)에 근접한 302억원을 달성, 창사 이래 최대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솔루션 부문에는서 DB암호화 업체가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군으로 분류된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대표 이석우), 케이사인(대표 최승락), 이글로벌시스템(대표 강희창) 등 주요 데이터베이스(DB)암호화 업체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펜타시큐리티시스템은 지난 3분기까지 LG전자, LG U+ 등을 포함해 총 230여 곳에 DB암호화 솔루션 '디아모'를 공급하면서 매출이 전년대비 약 3배 증가한 매출을 달성했다.
펜타시큐리티를 포함해 케이사인, 이글로벌시스템 등 세 업체 모두 올해 작년보다 최소 70% 이상 증가한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용 보안 제품을 개발하는 주요 엔드포인트 보안업체들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지란지교소프트(대표 오치영)는 올 3분기까지 개인정보보호 관련 솔루션의 매출이 약 6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약 3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도 50%의 성장률을 보이며 올해 이 부문에서만 100억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파수닷컴(대표 조규곤)도 디지털저작관리(DRM) 솔루션으로 공공, 금융 부문에서 선전하며 매출이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1억원이 채 되지 못했던 개인정보보호 솔루션 매출은 올해 같은 기간 15억원을 기록하며 하반기까지 약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닉스테크(대표 박동훈)는 금융권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개인정보보호 솔루션인 '세이프 프라이버시'를 판매하며 상반기에만 전년동기 대비 30% 성장한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일상화된 해킹, 전방위적 피해 확산 조짐
2012년 해킹은 이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됐다. 그만큼 해킹으로 인한 피해도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2012년 8월말 기준으로 민간 영역에서 발생한 해킹 피해 사례는 무려 4만1천644건이었다. 특히 작년 1만 1천690건에서 올해 8개월 동안만 1만 3천659건을 기록하며 최근 급격한 증가세에 있다.
실제로 올해에도 큼지막한 개인정보유출 사고는 이어졌다.지난 4월 해킹으로 교육방송(EBS) 회원 약 400만명의 아이디,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7월에는 KT 가입자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커들의 공격에 의해 흘러 나갔다.
해킹으로 인한 피해도 기업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벌어졌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전날에는 '내 투표소 찾기' 서비스를 대상으로 삼은 디도스 공격이 발생했었고, 최근에는 인터넷 뱅킹의 허점을 악용한 예금 탈취형 해킹이 국내에서도 벌어지기 시작했다.
흔히 사용하는 한글 문서파일의 취약점을 악용해 특정대상을 목표로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사례가 증가했고 모바일에서는 악성 애플리케이션도 기승을 부렸다.
특히 공격기법으로는 특정기업이나 조직 네트워크에 침투해 거점을 마련한 후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빼돌리는 지능형 지속위협(APT) 위협이 더욱 진화해나가며 위력을 떨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꿈의 매출' 1천억원 달성…안랩 먼저 웃었다
보안 SW업계에서는 최초로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한 기업이 나왔다. 안랩이 그 주인공이었다. 안랩은 2012년 11월 1천 3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며 꿈의 매출에 가장 먼저 도달했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저성장 속에서도 꾸준한 연구개발과 신기술 개발로 이뤄낸 결실이었다.
직접적인 매출 상승은 대표적인 보안제품 V3 제품군을 비롯한 전제품이 고른 실적과 네트워크 보안장비 '트러스가드' 등 어플라이언스 사업의 성장이 견인했다.
안랩은 창사 5년만인 2000년 국내 보안업계 최초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었다. 이후 2007년에는 매출 5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수주 1천억원, 실매출 988억원을 기록했었다.
내년 1월 실적이 판가름나는 인포섹이나 시큐아이닷컴이1천억원 클럽에 뒤이어 합류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는 사안이다. 인포섹과 시큐아이닷컴은 지난 3분기까지 각각 약 700억원과 643억원의 누적매출을 기록했다.
◆BYOD 시대, MDM 시장 떠올라
올해 IT업계의 화두 중 하나였던 'BYOD(Bring Your Own Device)'는 보안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개인의 모바일 기기를 회사의 업무에 활용하는 BYOD의 흐름에 따라 모바일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주목받던 모바일 단말 관리(MDM)시장이 드디어 부상한 것이다.
이는 지란지교소프트, 라온시큐어(대표 이순형), 인포섹 등 MDM 솔루션을 제공하는 대표적 보안업체들의 선전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외산제품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과 이전에 비해 안정화된 기능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이미 상반기에 대기업 3곳과 공공기관 및 연구소 2곳, 제1금융권 1곳 등 6곳 이상의 대형 고객사에 자사의 MDM 솔루션인 '모바일 키퍼'를 구축했다.
라온시큐어도 자사 MDM 솔루션 '터치엔 엠가드'를 앞세워 한화생명,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도입 사례를 축적했으며 SK인포섹도 MDM 및 통합보안 솔루션인 'M-쉴드'을 KDB 대우증권과 중국 금융권 등에 공급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보안업계는 내년 MDM 시장이 금융권의 지속적인 수요 강세에 공공기관의 대기수요가 더해지면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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