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소송 왕국' 미국이 특허 괴물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무분별한 특허 소송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특허 괴물들이 제기한 소송이 올해 미국 전체 특허 소송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요 외신들이 10일(현지 시간) 법학 논문을 인용 보도했다.
특허 괴물이란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보다는 소송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나 개인을 일컫는 말이다.
◆특허괴물 비중, 지난 해 45%→올 61%로 급증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산타클라라대학 법대의 콜린 첸 교수. 첸 교수는 이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FTC)와 법무부가 공동 주최한 특허 워크숍에서 올해 초부터 지난 12월 1일까지 제기된 특허 소송 중 61%는 특허 괴물들이 제기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특허 괴물들이 제기한 소송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또 지난 해에도 45%로 절반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올 들어 특허 괴물들의 소송이 크게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특히 심각한 점은 특허 괴물들이 신생 기업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는 점. 첸 교수는 이날 발표한 논문을 통해 "5천만~1억달러 가량을 모금한 신생 기업 중 35% 가량이 특허 소송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천만~5천만 달러 가량을 모금한 기업들 중에서도 20% 가량이 소송에 휘말리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특허 괴물들이 연루된 소송은 법정까지 가기 전에 합의로 끝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첸 교수에 따르면 특허 괴물이 연루된 소송일 경우 소송 전 화해 건수가 실제 소송에 이른 사례보다 100배에서 최대 307배 수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특허 괴물들의 폐해를 지적한 것은 첸 교수 뿐만이 아니다. 미국 지적재산권법 연맹 역시 상당수 기업들이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치는 것이 두려워 특허 괴물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지적재산권법 연맹 조사에 따르면 특허 소송을 할 경우 평균 부담하는 비용이 65만~5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첨단 산업 부문에서 돈을 노리고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보스턴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0년 이후 특허 괴물들이 소송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5천억 달러에 이른다.
◆구글-페이스북 "모호한 특허 소송은 기각해야" 의견 내기도
요즘 들어 미국에서는 특허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미국의 저명한 법조인은 리처드 포스너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최근 끝난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 직후 "특허를 남발하는 미국 시스템이 특정 산업 부문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선 특허괴물들이 포스퀘어를 비롯해 페이스북, 월마트, 디즈니 등을 상대로 연이어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인터넷 관련 특허에서 무차별 소송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스탠퍼드 기술 법 리뷰'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인터넷 관련 특허 소송이 그 외 부분에 비해 소송 건수가 10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회계감사원(GAO) 역시 지난 해 미국에서 제기된 특허 소송 500건을 조사한 결과 특허괴물들이 연루된 소송이 약 40%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007년 특허괴물 연루된 소송 비중 22%에 비해 18%P나 증가한 것이다.
현재 연방항소법원에 게루 중인 CLS은행과 앨리스 간의 소송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앨리스는 이번 소송에서 CLS은행이 컴퓨터를 이용해 제3자가 조건부 날인 증서인 애스크로로 자금을 관리하게 하는 방식에 관한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8개 IT 기업들은 앨리스 처럼 모호한 특허권을 앞세워 제기하는 소송은 과감하게 기각해 달라는 법정 조언자 의견서(amicus brief)를 항소법원에 제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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