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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들 파이어 "미국선 명품, 한국선 허당"


아마존 7인치 야심작 '킨들파이어 HD'

아마존이 지난 9월 선보인 '킨들파이어HD'는 국내 시장에선 다소 생소한 제품이다.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지 않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선 아이패드를 위협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HD급 화질에 화면 크기도 7인치와 8.9인치로 다양화했다. 199달러의 저렴한 가격도 경쟁 포인트 중 하나다. 국내 사용자 입장으로 킨들파이어HD 7인치 제품을 사용해 봤다.

글| 박웅서 기자 @cloudpark 사진| 조성우 기자

단단한 외관, 듬직한 모양새

카메라는 전면에 하나뿐이며 기본 촬영용이 아니라 스카이프 등 앱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뒷면은 미끄럼을 방지하는 고무 재질과 더불어 양쪽으로 스테레오 스피커가 장착돼 있다.

제품 아래쪽에는 마이크로 HDMI 아웃 포트와 마이크로-B USB 포트가 직렬로 배치됐다. 외부 물리 버튼은 오른쪽 이어폰 단자 아래에 볼륨 버튼과 파워 버튼이 있다.

돌비 서라운드 음질 '빵빵'

킨들파이어는 제품에 탑재된 작은 스테레오 스피커만으로도 빵빵한 서라운드 사운드를 제공한다. 특히 평소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미세한 소리까지 들려주는 것이 놀라웠다. 로마 시대 군중들이 밀집한 장면에서는 발표자의 외침 뿐 아니라 군중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발바닥으로 땅을 구르는 소리들이 모두 어우러진다. 마치 실제로 그 장소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다.

숲속에서 말을 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숲속의 새소리와 말발굽소리, 바람에 나뭇잎에 흔들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다른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는 화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다른 무리들이 뒤따르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차세대 돌비 디지털 플러스' 기술은 킨들파이어에 최초로 적용됐다. 삼성, LG, 팬택 등 국내 대표 제조사들을 포함한 세계 여러 모바일 제조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돌비측 설명. 머지 않아 다양한 업체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이런 음질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해도 '너~무 단순한 UI'

우선 킨들은 잠금화면에서 아마존과 제휴를 맺은 각 업체의 광고를 보여준다. 광고는 고정돼 있지 않고 매번 바뀐다. 잠금화면에서 오른족의 자물쇠를 슬라이드하면 제품이 켜지고 왼쪽 표시를 슬라이드하면 해당 제품 구입 페이지로 넘어간다.

메인 화면은 검은 배경을 사용한다. 그리고 최근 사용했던 컨텐츠 썸네일을 중앙에서 보여준다. 아래쪽으로는 해당 컨텐츠와 비슷한 다른 콘텐츠가 표시된다. 가운데 놓은 컨텐츠가 영화라면 비슷한 장르의 다른 영화들을, 전자책이라면 비슷한 책들을 보여준다.

태블릿을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꾸미는 재미는 없다. 위젯은 물론 앱을 배치해 나만의 태블릿을 만드는 것도 킨들에서는 의미가 없다. 심지어 새까만 배경도 변경할 수 없다.

넘치는 콘텐츠…국내선 '그림의 떡'

메인 화면 위쪽에는 순서대로 검색과 샵(쇼핑), 게임, 앱, 책, 음악, 영상, 뉴스가판대, 오디오북, 웹, 사진, 문서 등이다. 샵은 말 그대로 아마존 쇼핑을 말한다. 킨들파이어 컨텐츠를 구입하는 경로로도 이어지지만 기본적으로 아마존 온라인 쇼핑과 연결된다.

나머지 게임, 앱, 책, 음악, 영상 등은 모두 콘텐츠에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아마존 클라우드 또는 킨들파이어 제품 안에 들어있는 콘텐츠를 보여준다. 각 항목은 아마존의 콘텐츠 스토어와 연결된다. 게임과 앱, 책 등을 누르면 오른쪽에 스토어로 이동할 수 있다는 표시가 뜬다.

아마존은 특히 전자책을 시작으로 음악, 영화, TV프로그램 등 다양한 컨텐츠를 스트리밍 형태로 제공한다.

국내에서의 문제점은 음악과 영상 등의 콘텐츠를 구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콘텐츠가 없는 한계는 감안할 수밖에 없지만 스토어 이동 자체를 막아놨다. 우회 경로로 비디오 콘텐츠 스토어에 들어가도 예고편만 시청할 수 있을 뿐 구입이나 시청은 지역 제한으로 불가능하다.

총평: 아마존 없는 킨들은 무용지물

킨들파이어는 기존의 태블릿과는 완전히 용도가 다른 제품이다. 앱 사용에 중점을 둔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물론 PC의 생산성을 이어받은 윈도8 태블릿과도 다르다.

아마존은 킨들을 철저히 자기들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포지셔닝했다. 이 때문에 추가 SD카드 슬롯도 지원하지 않는다. 컨텐츠를 다운받아 저장하지 말고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해서 보길 권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킨들파이어 구매 고객이 제품에 개인 계정을 등록하는 시점부터 일정 기간 동안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대여 가능한 책을 무료로 보거나 영화, TV 프로그램 등을 공짜로 볼 수 있다.

특히 스테레오 사운드와 돌비의 차세대 사운드 기술은 사람들이 킨들을 가지고 좀 더 많은 영상을 시청하기 바라는 아마존의 의도를 대변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국내에선 무용지물이다. 아마존이 국내 진출하기 전까지는 국내 콘텐츠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외국 콘텐츠조차 마음껏 이용할 수 없다. 킨들파이어 내에서는 한글 입력도 불가능하니 웹서핑용으로도 불합격이다.

킨들파이어는 아마존 서비스와 결합하면 충분히 훌륭한 제품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아마존 서비스 없는 국내에선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만큼은 '팥소 없는 찐빵' 신세를 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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