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삼성과 재판 당시엔 배심원장이 시게이트와 소송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몰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30일(현지 시간) 삼성과 특허 소송 당시에는 벨건 호건 배심원장이 전 직장이던 시게이트 테크놀로지와 소송을 벌였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문건을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에 제출했다.
애플은 이날 법원 제출 문건을 통해 "애플 변호인단의 어떤 인물도 배심원 평결이 끝날 때까지 호건의 소송 연루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삼성이 평결불복심리 과정에서 그 문제를 제기한 뒤에다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벨빈 호건 위원장, 평결 후 미심쩍은 행적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법원 배심원들은 지난 8월 갤럭시S를 비롯한 삼성 제품들이 애플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10억5천만 달러 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배상 판결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하지만 재판 직후 배심원장을 맡았던 벨빈 호건의 행적이 미심쩍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재판을 담당했던 루시 고 판사는 오는 6일로 예정된 최종 판결을 위한 심리 때 벨빈 호건 배심원장의 부정행위에 관해 질문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이 이날 법원에 관련 문건을 제출한 것은 삼성 측의 요구에 답을 한 것이다. 삼성은 그 동안 애플이 언제 벨빈 호건 배심원장의 소송 연루 사실을 알게 됐는 지 공개하라고 압박해 왔다.
벨빈 호건 배심원장은 지난 1993년 산타크루즈 법원에서 시게이트와 소송전을 벌인 것과 같은 해 연방파산법원에서 파산 관련 소송을 벌인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소송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따져보면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게이트에 채용된 호건은 콜로라도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하게 됐다. 이 부분에서 호건과 시게이트의 주장이 맞선다. 호건은 시게이트 측이 콜로라도에 있던 집의 모기지 비용 절반을 부담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자신을 해고한 시게이트 측이 모기지 비용을 갚으라고 요구했다는 것.
이에 호건은 사기 혐의로 시게이트를 제소했다. 그러자 시게이트 측도 호건을 맞제소했다. 이후 팽팽한 법정 공방을 벌이던 호건은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파산 선언을 했다. 문제가 된 1993년 재판 중 산타크루즈 법원 건은 사기 혐의 관련 소송이고 연방파산법원 소송은 그 뒤 파산 선언을 하기 위한 소송이다.
삼성은 시게이트가 삼성과 우호적인 회사이기 때문에 평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 인물이 배심원장을 맡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애플 측도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사전 인지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최종 판결에 어떤 영향 미칠 지 관심 집중
현재로선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변수는 배심원장의 과거 행적 부분이다. 벨빈 호건 배심원장이 심각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날 경우 8월 배심원 평결의 신뢰성이 크게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기대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하지만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법률 전문가들은 판사가 배심원 평결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사들이 배심원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 것이 미국 법의 일반적인 관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심까지 생각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배심원장 문제를 잘 활용할 경우 반격의 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법률심으로 진행되는 항소심에서 "1심 재판 과정에 중대한 법률적 하자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소송 1심 최종 판결을 위한 심리는 오는 6일 시작된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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