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사임하는 데이비드 카포스 미국 특허청장에 대해 미국 IT 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가 내린 냉혹한 평가다.
아스테크니카는 28일(현지 시간) 카포스 특허청장이 특허 제도 개혁의 변죽만 울리다가 결국 물러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소프트웨어 특허권 남용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절차 개선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이 아스테크니카의 비판이다.
카포스는 IBM 지식재산권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6월 특허청장에 전격 발탁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민간 기업 출신을 특허청장으로 발탁하면서 미국 특허제도 개혁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3년 여 재임 기간 동안 카포스는 미국 특허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제대로 건드리지 못했다고 아스테크니카가 평가했다. IT 분야의 특허 소송은 갈수록 늘고 있으며, 특허 괴물들의 횡포도 여전한 상황이다.
◆위성사무소 개설, 심사요원 확충 등 업적 남겨
카포스는 특허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의욕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최근엔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디트로이트, 댈러스, 덴버 등에 특허청 위성사무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허권을 부여할 때 주요한 기준인 선행기술을 찾기 위해 스택 오버플로우(stackoverflow.com)란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다.
카포스 재임 기간 중 가장 큰 업적은 특허법 개정을 꼽을 수 있다. 내년 3월 발효 예정인 미국 발명법(AIA)이 바로 그것. 이 법에서는 미국이 200여 년간 유지해왔던 '선발명주의' 를 과감하게 버리고 '선출원주의'를 도입했다. 현재 미국 이외 국가들은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카포스는 또 특허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허 심사요원을 대폭 확충, 게류 중인 특허권 수를 대폭 줄인 것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카포스는 미국 특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허 소송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특허권 남용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게 그 이유다.
◆"근본적인 문제 개혁엔 원래 관심 없었다"
아스테크니카는 "카포스가 특허청장으로 재임하면서 소프트웨어 특허권 같은 뜨거운 이슈보다는 특허 심사요원 확충이나 특허권 부여 이후 리뷰 같은 절차적인 이슈에만 매달렸다"고 평가했다.
아스테크니카는 또 카포스가 미국 특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문제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주 카포스는 미국 진보센터 연설을 통해 "미국 특허제도는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혁신을 한 사람들이 특허제도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허 제도 개혁 임무를 띠고 특허청장이 됐던 카포스가 물러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외부인을 임명해 특허제도 개혁을 가속화할 지, 아니면 내부 인사 승진을 통해 현 특허제도의 골격을 소폭 개선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지를 선택해야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