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10만원대로 팔릴만큼 보조금 출혈경쟁이 심해지자 규제 당국의 역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규제 역할을 담당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국회가 오히려 갈팡질팡하는 지적을 일삼아 행정당국과 시장에 혼선을 초래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보조금 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장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27일 국회 및 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명확한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통합당)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소비자 1인당 27만원의 보조금 제한을 두고, 이를 어길 경우 과징금 등의 행정처벌을 내리는 것이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보조금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 문제가 존재하지만, 이로 인한 '경쟁 제한' 효과가 일어나 사업자의 이익만 보전해서는 안된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규제당국이 자의적으로 남용함으로써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사실상 경쟁제한적 규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규제조건을 엄격하고 명확하게 재규정하거나 법령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그간 국회에서 '방통위가 보조금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아 시장 혼선이 가중됐다' 주장과는 다소 배치되는 내용이다.
최 의원의 자료에 앞서 같은 민주당 문방위원들은 공동으로 '보조금 수준을 법률로 규정해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률안을 공동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한달간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분기당 2조원을 넘는 보조금을 사용한 통신3사와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한 방통위에 대해 질타가 쏟아졌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휴대폰 요금은 그대로인채로 보조금만 규제하면 결국 비싼 요금에 비싼 단말기를 고스란히 사용하라는 얘기냐"는 불만이 일어나면서 국회에서도 의견에 차이가 생겨난 것이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써도 욕먹고 안써도 욕먹는 상황"이라면서 "보조금을 많이 쓴다고 시장 조사가 나와 현재 보조금 사용을 대폭 줄인 상황인데, 일각에서는 '업체 배만 채운다'고 지적을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보조금 규제, 목표는 '이용자 이익'
결국 이같은 논란은 보조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데 업계와 국회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최재천 의원실은 "이용자 차별적 요소가 많은 보조금을 무분별하게 살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다만 가계에 부담이 되는 통신비 인하를 전제하지 않은 보조금 규제는 오히려 사업자 잇속만 챙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에 대해 문방위 회기동안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면서 "아울러 보조금 규제 역시 규제 당국이 법률을 남용하지 않도록 보다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보조금 규제에 대한 법률을 대표발의했던 전병헌 의원실 역시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이익이며, 국회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이용자가 비싼 단말기를 구입하도록 보조금을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보조금 사용을 막아 전체적인 단말기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법률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조금 규제 역시 궁극적으로는 가계 통신비를 낮추고 투명한 유통구조를 통한 이용자 이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국회가 최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행정쪽으로 전달하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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