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최근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자동차들의 연비가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시됐다는 소위 '연비 뻥튀기' 논란과 관련, 정부가 양산차에 대한 연비 사후측정 결과를 공개하는 등 자동차 연비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또 자동차회사의 주행저항시험에 대해 검증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업체 자체 연비측정 결과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도 강화한다.
지식경제부는 자동차 연비 관리제도의 공신력을 높이고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비관리제도 개선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비 관리제도의 개선방향은 자동차 제작사의 자체 측정을 인정하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제작사의 자체측정 과정 및 결과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양산차에 대한 사후관리의 엄격한 시행 ▲사후관리 결과 외부 공개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우선 이번에 개선된 연비관리제도의 핵심은 양산차에 대한 연비 사후측정 결과를 대외에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는데 있다.
정부는 2002년부터 양산차 사후관리제도를 도입해 시행, 허용오차 범위(-5%) 내에 있을 경우 해당 차의 연비 측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양산차 연비가 오차 허용범위를 벗어날 때만 모델명과 수치를 공개하고 시정 조치를 내렸다.
지경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양산차의 사후 연비측정 결과는 모두 허용오차 범위 이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행 제도에서는 양산차의 사후관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어 소비자의 알권리를 제한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현대·기아차가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연비가 실제보다 과장되게 표시됐다는 지적을 받는 등 '연비 논란'이 불거지자, 국내에서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연비 사후측정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가 거세짐에 따라 이번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
지경부는 또 제작사의 자체 연비 측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연비 공신력을 높일 방침이다.
자동차 제작사의 자체 주행저항시험에 대해 검증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체측정 방식으로 연비를 신고한 차종에 대해 시판 이전단계에서 일정 비율(10~15%)을 선정해 공인연비가 적정한 지 검증할 계획이다.
주행저항시험은 차량의 공기저항 등을 산출하기 위해 시속 130km까지 가속한 뒤 무동력으로 감속해 정지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이 없어 자체 측정 과정에 대해 의문점이 많은 상황이다.
지경부는 아울러 외국사례를 기준 삼아 사후관리 모델수를 기존 3~4%(지난해 748개 중 25개 실시)에서 5~10%로 확대할 방침이다. 사후검증 시 허용 오차 범위도 -5%에서 -3%로 대폭 줄여 양산차에 대한 사후 연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사전 및 사후 검증에서 연비가 허용범위를 벗어날 경우 공인연비 표시 변경과 함께 제작사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송유종 지경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은 "이번 개선방향을 토대로 연말까지 관련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종합적인 연비 관리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관련 법령과 고시 개정을 추진하고, 준비 기간을 감안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개선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선안에 대한 국내 자동차업계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발 연비 뻥튀기 논란이 자칫 내수 판매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 개선안에 담긴 양산차 연비 공개를 통해 불거졌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정부가 처음으로 자동차의 '공인 연비'가 '체감 연비'에 비해 높은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연비 표시 제도의 개선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하루빨리 국제 수준에 맞춰 개선하는 것이 자동차업계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 역시 "국내 연비 조사를 새로 하자고 해도 언제든지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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