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단일화 룰 막판 대치…'통 큰 양보' 놓고 갈등

[채송무기자] 야권의 후보 단일화 협상이 막바지에 들어선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제기한 '통 큰 양보'를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가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양보한 것은 없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문 후보가 '통 큰 양보'라는 말은 지키지 않고 이미지만 가져갔다는 것이다.

송호창 안철수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은 2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기본적으로 문 후보가 단일화 방식에 대해 안 후보 측에 일임하겠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협상팀에서 실무적인 조정만 하면 원만하게 합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제 협의 과정을 보면 문 후보가 이야기했던 말씀대로 다 일임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상황도 있다"고 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우상호 공보단장은 문재인 후보의 말씀 이후 '통 크게 양보했다'고 브리핑한 바 있다"며 "어제 진행된 협의에서 문 후보의 발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당연히 통 큰 양보도 없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 측은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이 공정하지 않은 룰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안 후보 측은 19일 단일화 협상단 회의에서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이 중 공론조사는 배심원을 구성하되 민주당은 중앙대의원을 대상으로 하고 안 캠프는 후원자 중에서 민주당 중앙대의원의 숫자와 동일하게 랜덤으로 추천하자고 했다.

우 공보단장은 기자브리핑에서 "문재인 측에서 방식을 일임한다고 할 때는 안 측에서 가져오는 방안이 비교적 공정한 룰로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어느 한쪽이 명백하게 유리한 게임룰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우 공보단장은 "자기 쪽은 100% 후원자로 하고 우리 쪽은 전대에서 이미 성향이 드러났던 대의원을 구성해서 가져오라는 것은 방식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의 문제가 아니다"며 "방식을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

우 공보단장은 향후 협상은 안 후보 측이 가져오는 수정안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 단장은 "지금 우리가 다른 방안을 제시하면 통 큰 양보가 아니라고 하지 않겠나"며 "저쪽은 축구를 하자고 해 우리가 좋다고 했는데 우리는 발만 쓰고 저쪽은 손·발·머리를 다 쓰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축구를 받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