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기자] 지난 2002년 막바지 대선판을 달군 변수는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이슈였다.
두 후보간 단일화 협상은 숱한 루머들을 뒤로하고 복수 기관의 여론조사 방식으로 성사됐고, 노무현 후보는 근소한 차로 정몽준 후보를 앞서 단일후보로 선거에 나선다.
결국 선거 전날 정몽준 후보의 '지지철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불과 57만여표 차로 누르고 신승을 거둔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러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결국 야권단일화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마주하게 됐다.
이달 25~26일 대선후보 등록전 단일화라는 촉박한 시간을 감안하면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팀은 이제 마지막 신의 한수를 남겨 놓게 된 셈이다.
이미 합의한 바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 룰'이 결정될지는 여전히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두 후보 입장에서 '박근혜 철옹성'을 넘어설 명백한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 하나, 두 후보의 지지 세력을 온전히 담아내고 국민의 뜻을 정권교체의 불꽃으로 번지게 하는 '연대의 단일화' 역시 이뤄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그동안 두 후보 캠프측 인사들의 발언을 복기해 보면 이같은 단일화 방식은 더욱 자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모두 '단일화 연쇄 반응'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두 후보 측이 선호하고 있는 단일화 방식이 차이가 있는 듯 하면서도 그렇다고 또 달라 보이지도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문 후보는 국민의 참여-알권리-통합 등 단일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여론조사 외에 국민경선 등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을 결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기는 단일화'를 강조한 안 후보 측은 본선 경쟁력을 내세워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한 룰을 선호하는 듯 보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것이 캠프의 기본 입장이다.
이와관련 안 캠프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최근 "(단일화)방법에 관한 논의가 바라보는 유권자와 지지자의 마음을 다치고,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저희의 소망은 논의는 충실히 하되 이 논의는 상당한 의견의 접근과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일체 공개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원칙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서로의 속내를 알고 있지만 섣불리 원칙과 방식을 내놓을 경우 의외성과 폭발력 측면에서 국민의 뜻을 담아내지 못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단일화 협상이 자칫 '선의 딜레마'에 빠질 경우 이후 촉발되어야 하는 연쇄 반응이 소멸될 수 있고 최종 단일 후보가 본선 경쟁에서 또 다른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따라서 두 후보의 단일화 방식은 '스피드'보다는 단일화 이후 '파워'에 초점을 두고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대선 정국을 보면 야권이 대선승리에 필요한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정치적 자본을 모두 갖췄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권력 나누기' 또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의 재판'이라는 여당의 비판은 물론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과연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안철수 후보가 거짓이 아닌 새정치의 진정한 선구자인지 의구심은 여전하다.
야권 지지층 내에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필요충분 조건이라고 동의하지만 '누가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하는냐'는 점에선 의견이 갈린다.
이달 초 단일화 협상을 위해 첫 회동을 가진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가치가 하나되는 단일화 ▲미래를 준비하는 단일화 ▲승리하는 단일화를 원칙으로 했다.
'가치'와 '미래', 그리고 '승리'라는 3가지 토대가 야권이 추구하는 정치개혁과 정권교체의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 어떤 형태로 반응해야 하는지,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진호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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