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등 제품(세트) 분야에서 극한의 대치를 함에 따라 부품 분야 협력 관계마저 영향을 받고 있다. 당장 애플 제품에 탑재되는 삼성 메모리와 패널 물량이 급속히 줄고 있는 것.
애플이 삼성을 대체할 우수 협력 업체 확보에 나서면서 삼성 역시 최대 고객이던 애플의 대안을 찾는 게 '발등의 불'이 된 형국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에 대한 부품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측과 애플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자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 주요국에서 물러설 수 없는 극한의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완제품 시장에서의 경쟁과는 별개로 부품 수급 등에서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던 양측은 뉴아이패드, 아이폰5 등 애플 최신 제품을 시작으로 부품 물량을 빠르게 줄이면서 끝내 결별수순을 밟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애플은 최신 모델인 아이폰5에 공급되는 삼성의 모바일 D램 및 낸드플래시 물량을 크게 줄인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핵심 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역시 이후 모델인 A7부터 TSMC 등 삼성 경쟁업체에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뉴아이패드 초도물량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독점공급하기도 했지만 이후 물량이 빠르게 줄어 2분기에는 80%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 공방 이후 애플이 거래선을 다변화하며 삼성 물량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과 삼성 측이 단가 하락에 따라 먼저 물량 공급을 거부했다는 해석이 공존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으로서는 1위 거래 업체인 애플을 대체할 거래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인 것.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그동안 삼성 측 메모리 및 패널의 최대 구매처였다는 점에서 당장 이를 대신할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애플도 삼성 부품을 안 쓸 수는 없겠지만 비중을 점차 줄여나갈 것인 만큼 삼성으로서는 최근 퀄컴 등과 같이 거래선 다변화가 어느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판매물량이 늘면서 사상최대 실적을 내기는 했지만 부품부문에서는 애플 물량이 줄고 이외 세트업체의 부진까지 겹쳐 해외 거래선 확대, 수익성 등에 대한 위기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시장독식이 심화되면서 여타 휴대폰 업체는 물론 PC업체 마저 실적악화에 시달리면서 부품을 공급할 플레이어가 줄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이와 관련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새너제이를 방문한 것도 부품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행보였다는 시각도 있다.
새너제이는 애플과 특허공방이 한창인 곳인 동시에 애플, 구글, IBM, 인텔, 시스코, HP 등 IT 업체가 집중된 곳이다. 따라서 권 부회장이 새너제이 출장길에 애플과 관계 개선을 논의하거나 새로운 거래선 확보에 나선 것 아니겠냐는 얘기다.
이와관련 삼성 측은 애플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상태. 부품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권 부회장은 "특허 공방은 공방이고 비즈니스는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틈날 때마다 강조한 바 있다.
또 애플도 삼성 이외 주요 부품 공급업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삼성 부품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삼성 물량을 늘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각에서는 삼성측이 애플 등 완제품 업체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세트 사업과 부품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이 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더 우세한 편이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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