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김현주기자]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주식을 둘러싼 장남 이맹희씨 측과 이건희 삼성 회장 간 상속재산소송에서 때 아닌 비자금 공방이 불거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26일 오후 4시 대법정에서 삼성가 유산 소송과 관련해 5차 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공판에서는 지난 2008년 진행된 삼성특검 수사 기록이 첫 공개돼 관심을 모은 가운데 특검을 통해 확인된 차명재산을 분할대상의 상속재산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양측이 치열한 법리공방을 이어갔다.
먼저 이맹희씨측은 특검과정에 확인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이 총 4조5천368억원으로 당시 이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라 주장했다. 상속주식을 경제원천으로 했던 만큼 이를 상속재산으로 동일시, 분할대상으로 봐야하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이건희 회장측은 차명주식이 매각된 경우나 유무상 증자가 이뤄진 만큼 이를 분할대상의 상속재산이라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건희 회장의 개인자금 등이 포함됐다는 점을 들어 상속재산의 동일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만일 상속분이 아닌 사비가 차명주식으로 관리됐다면 차명주식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해야 하는 이맹희씨 측이 불리해진다. 법원은 이맹희씨측에게 재산분할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그 재산을 특정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맹희씨 측 변호인은 "개인 돈을 차명주식으로 관리하고 유상증자 등에 사용한다면 그게 바로 비자금이다"라며 "소송 기반을 흔들려고 앞뒤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건희 회장 측의 사비가 차명주식으로 관리된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 것. 실제 삼성 특검 당시 차명주식은 비자금이 아닌,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유산상속분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오히려 개인 돈을 차명주식에 넣었다면 스스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인정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측 변호인은 "주식 배당금, 개인 예금 등 세금과는 관련없는 개인 돈을 차명 주식으로 관리할 수 있지 않느냐"라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차명주식에 포함된 사비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적은 규모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특검자료 공개, 이맹희측 "숨긴재산 8천억원 더 있다"
이날 공판에서 이맹희씨측은 삼성 특검자료를 통해 추가 8천억원 상당의 분할대상 상속재산이 있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맹희씨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 주식 2조3천119억원, 삼성전자 1조4천558억원, 삼성화재 951억원, 삼성전기 683억원, 삼성증권 627억원, 삼성물산 456억원, 삼성SDI 321억원, 기타 계열사 89억원 등 4조988억원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이다.
이 뿐만 아니라 미술품 307억원, 예금 채권 등이 4천357억원, 상품권으로 사용한 돈이 52억원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맹희씨측은 당초 소송 대상인 삼성생명, 삼성전자 주식 외에 나머지 약 8천억원에 대한 재산 분할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맹희씨 측 변호인단은 "삼성생명, 삼성전자 외에 삼성전기 등 추가 차명주식 약 3천억원, 미술품 구입 등 개인목적으로 사용한 돈 4천억원 상당, 약 8천억원이 추가로 드러났다"며 "소 청구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부당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 특검 기록이 제출됨으로 인해 새로 밝혀진 사실이 전혀 없다"며 "소 청구 취지를 확대하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던 상관없다"고 응수했다.
양측이 이같이 날선 공방을 이어갔지만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쟁점인 분할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입증에는 부족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상속재산의 경제원천에 대한 원고측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이 있다"면서도 "피고측이 실명재산을 거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심리는 상속재산의 동일성 여부에 대해 양측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1987년부터 1988년까지의 삼성전자 주주 명부 등에 대한 추가 증거채택등이 논의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31일 오후 4시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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