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인 20일 자신이 설립하고 몸담아 왔던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에서 직원들과 환송회를 가졌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랩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러 온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대선 후보로서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안랩을 찾았다. 안랩 직원 300여명은 사옥 1층에 있는 일명 '스페인 계단'에 안 후보가 도착하기 전부터 자리잡고 있었고, 안 원장이 등장하자 환대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안 후보는 온화한 미소를 띄며 사옥에 들어섰고, 준비돼 있던 연단에 올라 직원들에게 그간의 소회와 미안함을 전했다.
먼저 안 후보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놀라움을 표했다. 안 후보는 "이렇게 모인 것은 처음 봤는데...행사할 때 불러도 여기 안 찼다고 했는데..."라고 운을 뗐다.
안 후보는 직원들과 마련돼 있는 단체기념촬영 시간을 염두한 듯 먼저 "단체사진 전통이 언제부터 인지 아세요? 1999년 부터에요"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안 후보는 "1년 뒤에 회사가 살아있을지 자신이 없었서 95년에 설립하고 3년을 안 찍었고 1999년부터 찍기 시작해 전통이 됐다"며 "1999년이 돼서야 최소한 1년은 버틸 수 있겠다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안랩 사옥 1층에는 안 원장이 1999년부터 매년 직원들과 찍은 단체 사진이 전시돼 있다.
안 후보는 안랩 설립 초기를 회상하며 "남부터미널 쪽에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 30여명의 직원들과 지냈는데 보험파는 아주머니가 굉장히 친절해 모든 직원이 가입을 했었는데도 저만 가입을 안했다. 1년 뒤에 보험료를 낼 수 있을까 의문이었던 시절"이라며 "그랬던 시절에서 벗어나 지금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 식구가 됐다. 안랩은 제 열정의 뿌리였고 여기계신 임직원 여러분은 가족같은 분들"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자신의 대선 출마에 대해 "의사로, 대학교수로도 그 일을 계속할 생각이었는데 더 큰 소명, 컴퓨터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 안랩이 생긴 것이었다"며 "지금도 정말 아이러니하게 소명 때문에 안랩을 떠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자로 안랩 이사회 의장뿐만 아니라 제가 가졌던 모든 추억, 마음까지도 정리를 해야할 것 같다"며 "제가 사직서를 내면 오늘부로 안랩은 수많은 좋은 기업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 주자로서 안랩에 대해 중립적인 위치에 설 것임을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만약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세계 수준의 공정성, 투명성을 지켜야한다. 특권과 반칙없이 사회가 엄중하게 지켜볼 것"이라며 "그런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인 자신이 속해있던 안랩에 대한 검증 역시 시작될 것임을 염두한 발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여있던 안랩 직원들은 안 후보를 응원하는 의미로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들은 케익과 꽃다발을 안 후보에게 전달했고, 안 원장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이어 직원들은 몇 그룹으로 나뉘어 안 후보를 중심에 두고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안 후보가 안랩 소속으로 찍는 마지막 사진이 되는 셈이다.
이후 안 후보는 1999년부터 안랩의 전통이 됐다는 단체 사진을 둘러보며 과거를 되돌아본 뒤에, 안랩 사옥을 둘러봤다. 그리고 안랩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작별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안랩 이사회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의장직 사임은 별도의 절차없이 안 후보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처리가 완료된다.
이로써 안 후보는 지난 1995년 3월 자신이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회사를 대선 출마를 기점으로 떠나게 됐다. 안 후보는 지난 2005년 3월 안랩 10주년을 맞아 최고경영자(CEO)직을 당시 부사장에게 물려주고 이사회 의장직만 맡아왔다.
정미하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박영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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