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100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통령 선거의 핵심 아젠다는 단연 '경제민주화'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대기업 위주의 수출 주도형 성장이 이끌어왔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가 고착화됐고, 정부 지원도 대기업에 집중된 측면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경제 생태계 속에서도 대기업이라는 강자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이라는 약자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에 따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민주화'를 이루자는 사회적 요구가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여(與)도 야(野)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즉 '재벌개혁'이 꼽힌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해, 성장의 온기가 대기업에만 머물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근로자에게 내려오지 않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지난 4·11 총선 직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과 민주당 간 분명한 입장차가 존재했다.
새누리당은 대기업 지배구조 손질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 하에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 중소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66% 이상인 업종에의 대기업 신규 진출 금지, 하도급 단가 부당 인하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대기업 총수 사면권 제한 등을 추진해 왔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재벌 자체의 개혁을 외쳤다.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 및 기존 순환출자 3년 내 의무적 해소, 금산분리 강화 등 총수 1인 중심의 대기업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양당 간 입장은 좁혀지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안팎의 대체적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주도하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경제범죄 처벌 강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넘어 순환출자 제한, 금산분리 강화 등 '재벌개혁'에 가까운 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도 신규 순환출자 규제 필요성과 금산분리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의 주장 일부를 수용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을 거치며 최소한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부분에 있어서 일정부분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 뿐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경제민주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적 추진 가능한 방안이 무엇이냐에 대해선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순환출자 규제의 경우 재계에서 투자 여력 감소와 경영권 불안 등의 이유로 부정적 기류가 강하고, 금산분리 문제도 재벌의 금융 분야 지배력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금융 기업들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하는 결과 밖에 낳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화를 이뤄내는 데는 이 같은 이견을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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