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출마로 여성 대 남성의 성(性)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100일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지 여부에 전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52년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로 태어난 박 후보는 5.16 군사정변 이후 대통령의 딸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고, 어머니 육영수 여사 피격 서거 이후 '퍼스트레이디 대행'을 맡아 5년 간 국정운영의 경험을 쌓았다.
그런 박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2세 대통령'에 도전하는 길이자 스스로의 힘으로 청와대의 문을 열기 위한 도전이라는 각별한 의미도 갖고 있다.
박 후보는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한 뒤 위기 때마다 당을 구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 이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 자리를 지키며 '대세론'을 이어왔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박 후보의 '대세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혐오가 뒤섞인 국민적 정서가 안 원장에게로 쏠린 탓에 박 후보와 안 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며 접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 의혹이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를 강화하면서 대선 판세 자체가 '대세론'을 찾아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빨려들어간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자대결 조사(유무선 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결과, 박 후보와 안 원장은 46.3%, 44.3%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박 후보의 경우 50대 이상 장년층, 대구·경북·충청 지역, 보수층을 지지기반으로 40% 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컨벤션 효과'를 누렸지만 급격한 지지율 상승은 없었다. 굳건한 지지기반을 가진 반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대선은 '51% 대 49%'의 승부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박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선 5~6%의 지지율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취약층인 수도권, 20~30대 표심 공략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박 후보가 '국민대통합'을 내걸고 세대와 계층, 지역과 이념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도 결국 '표 확장'을 위함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박 후보의 최대 경쟁자인 안 원장은 아직 출마 선언 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안 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민주통합당 후보와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경우 야권 단일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비롯한 지지율 상승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본선에서도 위험은 상존한다. 경선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된 5.16, 유신통치,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치열하게 전개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물론 박 후보가 그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수차례 입장을 밝혀 온 만큼 상처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1%로도 승부가 갈릴 수 있는 본선에선 작은 상처도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과거 두 번에 걸친 '이회창 대세론'이 비극으로 끝났다는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압도적 1위 자리를 지키다 막판에 역전당했다. 오죽하면 '대세론은 필패'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2012년 '대세론'의 주인공인 박 후보의 입장에서도 이 '트라우마'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박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이번에 제가 선택을 받는다면 국민의 꿈을 꼭 이뤄드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게 저의 간절한 꿈"이라고 밝혔다.
대권 삼수, '대세론 트라우마'를 넘어 박 후보가 12월 19일 '대통령 꿈'을 이루고 승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최규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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