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지난 주 한 때 삼성이 배상금 10억5천만 달러를 5센트 동전으로 애플 측에 지불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트럭 30대에 나눠 실은 뒤 애플에 직접 건네줬다는 루머였다.
이 루머의 진원지는 엘데포마(Eldeforma)란 가짜 뉴스 사이트였다. 한 때 SNS 상에서 이 루머가 회자되자 영국의 가디언은 '사실 무근"이란 기사를 싣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지난 달 24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 법원에서 애플에 10억5천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받은 삼성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삼성이 급하게 애플에 배상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 아직 루시 고 판사의 최종 판결이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선 이 사건을 항소하면서 '집행 정지' 요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배상금 지급 문제는 항소심 판결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4일 삼성과 애플이 배상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합의를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삼성도 집행 정지를 원할 뿐더러, 애플 역시 지금 당장 돈이 급한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는 원만하게 해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삼성-애플, 모두 배상금보다 시장 점유율에 관심
일단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배심원 평결 이후 진행된 상황을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심원 평결이 나온 이후 삼성은 10억5천만달러 배상금을 곧바로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루시 고 판사가 평결을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렇지 않더라도 항소심에서 승패가 바뀔 수도 있으니 배심원 평결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한 애플의 답변이 지난 달 31일 나왔다. 당시 국내 언론에는 애플이 갤럭시 넥서스 관련 소송에 갤럭시S3 2종과 갤럭시 노트 2개 모델을 추가했다는 사실이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그날 애플은 갤럭시S3 소송 관련 문건만 제출한 게 아니었다. 삼성의 배심원 평결 집행 정지 요청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문건도 함께 제출했다.
그렇다고 애플이 지금 당장 배심원 평결을 집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니었다. 애플은 이날 다른 피해 보상금 지급은 연기하더라도 재판 관련 비용은 삼성 측이 즉시 지급하도록 해 달라고 주장했다. 최소한의 안전 보장 조치는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번 재판에서 삼성이나 애플 모두 배상금 규모보다는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상금 지급 문제는 비교적 유연하게 해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게다가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회사다. 당장 돈이 급하게 필요할 일도 없다.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언 뮐러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적어도 2013년 초까지는 애플이 삼성에 배상금 지급을 요청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애플 "법원 판결 14일 이후까지 집행 정지" 합의
뮐러는 또 삼성과 애플이 합의명령 절차를 통해 배상금 문제를 털어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과 애플은 미국 노동절인 4일 합의명령 및 배심원 평결에 대한 이의신청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오는 12월6일로 예정된 판매금지 관련 공판을 앞두고 재판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서로 입장을 조율하는 절차다. 당초 반대 입장을 보였던 애플도 합의명령에선 어느 정도 삼성의 입장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이번에 두 회사가 제출한 합의서에는 "법원이 평결 이후 각종 명령을 해결한 지 14일 이후까지 애플에 우호적이고 삼성의 이익에 반하는 각종 판결과 평결 집행을 정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루시 고 판사가 이 합의서를 승인할 경우 삼성의 배심원 평결 집행 정지 요구가 일정 부분 받아들여지게 된다.
게다가 배심원 평결 이후 각종 문제를 다룰 공판이 12월6일 열리게 되며, 루시 고 판사가 최종 판결문을 작성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까지는 배상금 지급 문제가 이슈가 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뮐러의 전망이다.
그는 또 삼성과 애플이 배상금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털어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뮐러는 우선 삼성과 애플이 여전히 부품 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 해 거래 규모가 이번 배상금 규모의 10배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애플이 재판 후 이의선청 단계가 끝날 때까지 부품 값 지급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 뮐러의 주장이다.
세계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과 연계하는 방안도 있다. 뮐러에 따르면 독일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선 애플 측이 일정액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과 애플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서 제기된 각종 비용 문제를 일괄처리할 수도 있다고 뮐러가 분석했다.
◆항소심 등 여러 변수 있어 유연하게 해결할 수도
배상금을 비롯한 각종 재판 비용 문제는 루시 고 판사가 최종 판결을 한 뒤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삼성 입장에선 당연히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집행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애플 역시 당장 돈을 받아내야만 할 사정이 있는 회사도 아니다.
따라서 사상 유례없이 많은 배상금 문제는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좀 더 유연하게 처리될 가능성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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