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비박계 대표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대선 후보와 만남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내비쳐 주목된다.
정 전 의원은 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와 만날 의향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바쁜 일정이 아니지만 박 후보가 항상 바쁘지 않겠느냐"며 "박 후보가 편리한 일정이 되면 한 번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 전 대표는 "박 후보가 우리 당 대통령 후보고 저는 새누리당의 당원이다. 박 후보를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경선 룰 갈등 과정에서 '섭섭함'이 풀렸느냐는 질문에 "섭섭하거나 아쉬운 것을 기억하면 정치 못 한다"며 박 후보와 만날 의향이 있다는 의사을 거듭 내비쳤다.
이와 관련, 박 후보 역시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에 연락을 드렸는데 시간이 서로 안 맞았다"며 "다시 (일정을) 잡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 후보와 정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 회동을 갖기 위해 일정을 조율했지만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회동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반면 이 의원은 "내가 만나자고 해서 만나는 게 아니다. 한 번 두고 보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가 만남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는 질문에는 "글쎄, 받은 기억이"라며 말끝을 흐렸고, '못 만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알아서 해석하라"며 입장을 유보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박 후보를 겨냥한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전히 박 후보에 대한 날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의원은 "주말에 1989년도에 제작된 영화 '뮤직박스'를 보았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전범 영화다.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아버지를 고발하는 변호사인 딸의 고뇌를 다룬 영화"라고 적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5.16, 유신과 관련, 박 후보를 둘러싼 역사인식 논란이 여전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법정에서 아버지를 무죄로 만들어 낸 딸이 우연히 아버지 친구의 뮤직박스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범죄 사실을 알고 고민 끝에 고발하는 영화"라며 "부녀 간의 인륜 보다 정의가 우선한다는 감명 깊은 영화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으로 볼 때 박 후보가 이 의원의 '마음'을 돌리기란 어려울 것이란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가 정 전 대표와 만남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낸다면 경선 룰 갈등 이후 박 후보에 대한 날을 세우며 같은 입장을 취해왔던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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