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세기의 특허 대결의 최후 승자는 누구일까.'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전쟁이 세계에서 승소와 패소가 엇갈리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결 승자에겐 모바일 시장 최강자란 월계관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양사는 사활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결 구도는 단 한 번의 판결로 애플에게 다소 기울어 있는 모양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은 지난 24일 삼성이 애플 특허권 6개를 침해했다면서 무려 10억5천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삼성이 제기한 실용 및 표준특허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 외 다른 나라 소송은 일부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이거나 1억원 미만의 피해보상에 그친다. 양사가 미국 외 지역에서는 서로의 공세에 방어적인 성격의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삼성전자는 유리한 판결을 얻어냈지만 미국 판결의 파급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세계 1위 타이틀을 유지하려면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22%에 달한다.
◆미국 외 나라에서 삼성전자 유리한 판결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특허 전쟁을 벌였다. 현재 소송이 진행되는 곳만 9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1심 및 배심원 평결이 나왔고 일본에서는 1개 특허에 대해서만 판결이 나왔다.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이탈리아 등에서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삼성이 승기를 잡은 소송부터 정리하자면, 일본 도쿄 지방법원은 31일 삼성전자의 갤럭시폰과 갤럭시 탭에서 음악, 동영상 자료를 동기화하는 기술이 애플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날 법원은 아이폰 및 아이패드에 사용되는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애플이 삼성전자 일본법인에 1억엔의 손해배상을 해 달라는 요구를 기각했다.
이에 앞선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침해 혐의로 맞고소한 소송에서 양측 모두 일부 침해 사실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 판결은 사실상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법원은 애플이 주장한 10개 특허 침해 사항 중 1건만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삼성의 통신특허는 2건을 인정했다.
유럽에서는 삼성과 애플이 치우침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거나, 오히려 삼성이 유리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월9일 영국 법원은 갤럭시탭 3종에 대해 삼성이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독일 뒤셀도르프(7월24일) 법원은 갤탭 10.1N 한 종에 대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독일 만하임 법원은 삼성 제소 특허 3건을 모두 비침해 판결했고 애플 제소 특허 6건 중 4건을 유보했다.
독일 뮌헨(7월26일) 법원은 이례적으로 UI 특허에 대한 애플의 신청을 기각하며 갤럭시넥서스를 독일 시장에 계속 판매해도 된다고 판결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통신 특허에 대해 인정 받은 건 드물었다.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지난 3월15일 애플이 지난해 1월까지 인피니언으로부터 구입한 베이스밴드 칩과 관련 삼성전자의 표준특허가 소진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삼성만이 애플을 상대로 제소했다. 두 나라 법원은 지난 2011년 말과 올해초 삼성이 제기한 애플 아이폰 4S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대부분 나라에서 일부 승소나 일부 패소 판결이 나온 가운데, 애플의 특허를 대부분 인정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 법원은 지난 24일 삼성이 애플 특허권 6개를 침해했다고 평결했으며 삼성이 제기한 통신 특허 주장은 기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세계 법원에서 애플은 공격을, 삼성전자는 방어전을 펼쳐왔다. 애플은 자사의 디자인, 소프트웨어 특허를 인정받으려 하면서, 동시에 삼성의 제품을 판매금지 하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점유율만 40%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 동안 진행된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거나, 해볼만 한 싸움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방어전을 잘 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내 판결은 8개중 1건에 지나지 않지만 현재까지 스코어는 삼성이 유리하다.
미국 시장에서 패배가 예상되는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열리는 판매금지 관련한 심리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최종심에 이를 때까지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를 팔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각국 소송은 이제 막 1심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종심까지 몇년이 소요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때론 삼성이, 때론 애플이 유리하게 소송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가 득없는 소모전을 언제까지 이어갈지 우려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소송이 막판으로 치닫기 전에 양사가 원만한 협상으로 막을 내릴 것이란 분석도 조심스레 제기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파트너인 구글의 래리페이지 CEO와 애플의 팀 쿡 CEO가 협의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부터다.
아직 협상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생태계 전쟁의 양대 강자인 구글과 애플이 적당한 선에서 선을 그을 경우 현재 진행 중인 특허 소송 중 상당 부분은 원인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 되고 있다.
김현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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