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전격 방문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박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노 전 대통령 묘역에는 일찌감치 인근 주민들과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200여명의 군중들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고 박 후보를 기다렸다.
묘역 한켠에서는 노 전 대통령 지지자 일부가 박 후보의 참배를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조용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남성은 '인면수심(人面獸心). 박 후보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또 다른 남성은 '참 나쁜 후보의 선거운동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적힌 피켓을 각각 들었다.
이에 박 후보 지지자들이 강력히 항의하면서 한 때 작은 소동이 일기도 했으나 노무현재단 측에서 만류해 이들간의 큰 충돌은 없었다.
박 후보는 오후 4시 5분께 묘역에 도착했다. 검은색 투피스를 입은 박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일부 박 후보 지지자들이 '대통령 박근혜'를 연호하기도 했다.
엄숙한 표정으로 묘역에 들어선 박 후보는 하얀 면장갑을 착용하고 국화꽃다발을 헌화한 뒤 분향했다. 꽃다발을 묶은 리본띠에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라고 적혀 있었다.
참배를 마친 박 후보는 권양숙 여사를 만나기 위해 묘역 뒤편 사저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달려와 급작스레 악수를 청하자 박 후보는 약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미소띤 얼굴로 응했다.
박 후보와 권 여사는 사저 사랑채에서 20여분 간 비공개 면담을 갖고 차와 다과를 함께하며 담소를 나눴다.
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노 전 대통령님 묘역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어서 왔다"며 "옛날에 제 부모님 두 분이 다 갑자기 돌아가셔서 충격이 컸고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권 여사님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위로했다.
이어 "그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국민이 큰 힘이 돼 주셨다. 권 여사님도 많은 국민이 위로해 주시는 게 무엇보다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 여사는 "많은 분들이 봉하마을을 잊지 않고 찾아주신다"고 참배객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권 여사는 또 박 후보에게 "후보로 선출된지 바로 이튿날 먼 길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이렇게 많은 일정을 어떻게 소화하시나. 건강은 어떻게 챙기시느냐"고 덕담을 건넸고, 박 후보는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드린다. 단전호흡도 하고 책임 있게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긴장을 하니 건강한 것 같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제 꿈은 어느 지역에 살든, 어떤 직업을 갖든 모든 국민이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열심히 잘 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 여사는 "이 일이 참으로 힘든 일이다. 얼마만큼 힘든 일인지 내가 안다. 박 후보도 건강 잘 챙기시라"고 인사했다.
한편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에 앞서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참배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는 박 후보가 수차례 언급한 바 있는 '국민대통합'의 첫걸음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후보가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시 방명록에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뜻 받들어 국민대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적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상일 캠프 대변인은 "박 후보의 수락연설 첫머리가 '국민대통합'이었고, 인터뷰에서 '이념을 떠나 대한민국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함께 가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해보이겠다는 뜻을 실천으로 보여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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