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특정 핵심 고객에 만족스럽지 못한 가격을 받고 있지만 (이는) 공급이 초과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제품 없이는 그들의 제품도 만들 수 없다."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은 26일 서울 여의도동 우리투자증권에서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과 관련 "고객사와의 관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메모리 공급업체에 충분한 투자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적정이윤을 주지 못하면 그들의 제품도 팔 수 없기 때문에 균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사장은 "장기 전략적 판단 하에서 모든 공급자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적응해야 한다"며 "특정 고객이 부당한 산업 예측으로 가격을 하락시켜 이익을 얻은 것라기 보다는 경제침체기로 접어든 가운데 고객사의 예측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선의의 조정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권오철 사장은 특정 업체에 납품하는 낸드플래시 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이유를 고객사의 '의도된 수'라기보다는 대형 고객사로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이 몰리는 시장 상황에서 찾았다. 경제상황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모두의 경제 전망이 부정확한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것.
권 사장은 수급 균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2년간 상황을 알면서도 계속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일축했다.
권오철 사장은 "현재 낸드플래시에 배정되는 이윤보다는 시스템을 만드는 업체들에 마진이 돌아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낸드플래시 공급업체만이 공급을 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충분한 경쟁을 통해 콘트롤러 솔루션, 낸드플래시 등이 이에 상응하는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낙관은 휴대용 IT 제품군이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일부 제품으로 수렴되는 한편, 점점 더 기기가 똑똑해지면서 메모리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권 사장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제품은 기기에 하나만 탑재되지만 우리 제품은 한 기기에도 여러 개가 탑재된다"며 "모바일·PC 생태계가 융합하면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저변에 있는 메모리 업계에는 결국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간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D램 생산량 증가율)가 현재의 70~80%가 아니라 40~50%로 둔화되더라도 누가 40~50%씩 성장하는 시장의 공급을 할 수 있겠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권오철 사장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업체들은 PC에서 모바일로 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메모리 분야는 기술은 점점 어려워지고 진입장벽도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메모리업계의 중장기적인 성장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하락은 다음 세대 기술 전환을 신속히 하면서 대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권 사장은 "30나노급에선 다소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가중됐지만 현재는 30나노급 공정기술을 전적으로 따라잡은 상황"이라며 "20나노급에선 2X 나노를 '누가 빨리 모바일D램에 적용하느냐'가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요소가 될 텐데 우리는 하반기에 고객들에게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오철 사장은 "20나노급은 모두 어려워하고 있고 시장에 제품이 없는 상황이지만 SK하이닉스는 30나노급에서 따라온 만큼 기술적 연속성이 높아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계획대로 된다면 모바일D램에서도 경쟁사보다 특출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계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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