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큰 뜻을 품었다.
그동안 각종 언론을 통해 안 원장의 외곽 조직들이 연말 대선 준비에 착수한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돼 왔지만 19일 대담집 형식의 신간 '안철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을 통해 사실상 집권 비전을 제시했다.
작년부터 장고를 시작한 안철수 원장의 정치적 나침반이 사실상 대선 출마로 기울어진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에 촉각을 곧두세웠던 정치권은 이번 안 원장의 '안철수 생각'이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자신의 국정철학을 집대성해 놓은 공약집과 같다는 반응이다.
안 원장은 이날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 사회의 정치 변화로 현재 보수·진보 진영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신 안 원장은 소통과 합의를 강조했다. 안 원장은 "선진국들의 경험을 보면 복지국가는 정치·사회 세력 간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합의가 이뤄져야만 가능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며 "보수, 진보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두 진영은 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우리 사회는 상식과 비상식의 대립이 보수와 진보의 건전한 협력을 막고 있다"며 "누가 봐도 절실한 복지 확충, 경제 민주화 같은 과제에 대해서도 좌파의 딱지를 붙이며 색깔 공세를 펴는 비상식적 세력이 건전한 보수와 진보의 소통을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재벌 외·내부 영역에서 재벌 확장과 시장 왜곡 바로잡아야"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인 재벌 개혁에 대해 안 원장은 재벌 기업의 소유구조 개선까지 주장했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보다는 공정 경쟁을 주장하는 새누리당보다 민주통합당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재벌 외부와 내부의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하되, 재벌의 확장과 이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외부 접근은 재벌의 부당 내부 거래 같은 불공정한 거래, 편법 상속과 증여, 중소기업의 기술 인력 빼가기 등 위법 행위를 철저히 막는 것"이라고 평했다.
안 원장은 또, "재벌 기업의 독점과 담합 등으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에 대해 철저히 보상하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정부의 공공구매, 금융자본의 벤처투자 지원 등 중소·중견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재벌 내적인 개혁에 대해 안 원장은 ▲주주 중심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의 전환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들었다.
안 원장은 기업 지배 구조 개선에 대해 "이사회의 구성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고, 이사회 의장과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 구분돼야 하며, 경영진에 대한 보상과 감시가 제대로 돼야 한다"며 "정부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자 역할과 더불어 이해관계자의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부활, 금산분리 강화 등에 핵심 사안에 대해서도 안 원장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장만능주의에 빠지면 탐욕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벌의 편법 상속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법에 열거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상속·증여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고, 경제 범죄에 대한 엄정한 사법적 단죄 역시 강조했다.
◆또 하나의 화두 '복지'…"증세 통한 복지 확대, 선별·보편적 복지 조합해야"
안 원장은 "우리 사회에 복지 확대가 시급한 이유는 경제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산층의 불안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것은 보편적 복지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또 "지금 제 생각은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취약 계층 대상의 복지를 우선 강화하고 동시에 지금부터 보육, 교육, 건강, 주거 등 민생의 핵심 영역에서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을 사회적 합의와 재정 여건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안 원장은 이를 위한 복지 재원으로 증세를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은 약 8~9%로 OECD평균인 20%의 절반도 안된다“며 "의료보험처럼 소득수준에 따라 능력대로 세금을 더 내고 필요한 복지 혜택을 받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인세 인상과 금융거래세 도입 등도 주장했다. 안 원장은 "우리나라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실효세율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인 후 구간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며 "막대한 수익을 내는 대기업들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만든 제도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 부분의 세목 신설도 찬성했다. 안 원장은 "현재 주식 관련 세금이 거래세 위주로 돼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현재 지분율 3%, 지분총액 100억 원 이상 보유 대주주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주식양도차익과세의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파생상품 거래세나 단기외환유출입에 대한 토빈세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일…"기계적 상호주의 안돼, 경제협력·비핵화 통해 평화 정착 필요"
통일에 대한 안 원장의 입장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협력을 통해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안 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기계적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북한 붕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없다"며 "이제 우리는 지난 15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대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안 원장은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대북정책, 국방정책, 외교 정책이 일관된 전략을 가지고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중단됐던 남북대화와 경제 협력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 원장은 북한 핵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에게 양보할 수 없는 목표"라며 "북한 핵은 지금까지처럼 6자회담을 통해 국제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되 남북간 경제협력을 통해 접촉 창구를 넓힐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최규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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