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데이터 이용량 증가에 따라 통신사들이 망을 제어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가이드라인 세부기준안'이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통신사들의 망 '제어'에 대한 기준과 공개 방침을 13일 제시했다.
방통위는 통신사업자의 자의적 트래픽 관리를 방지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유도해 트래픽 관리와 관련된 분쟁발생시 사후규제를 위한 판단기준으로 삼고자 이같은 기준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 기준은 지난 1월1일부터 시행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마련됐다.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 이창희 과장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망사업자(통신사)는 차별이나 차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골자"라면서 "하지만 데이터 이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통신망이라는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지속적으로 망을 고도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수준의 망 제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를 빌미로 통신사들이 망을 함부로 제어할 수 없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안은 통신사가 ▲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경우 ▲망 혼잡으로부터 다수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경우 ▲불가피하게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하는 경우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법령의 규정에 근거하거나 법령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이나 약관에 근거한 이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적법한 계약 등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제한하는 경우 ▲이밖에 방통위가 기술발전 등을 고려해 사안별로 합리성 여부를 판단해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유해공격-스팸 등 '보안'위해 관리 가능
먼저 통신망에 위해를 끼치는 분산서비스거부(DDoS)공격, 악성코드, 해킹 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사이버 공격 및 통신장애에 대응하기 위해 통신사는 트래픽 관리를 시행할 수 있다.
일례로 DDoS 공격이 일어난다면 방송통신위원회 및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요청에 따라 통신사는 DDoS 공격의 원인이 되는 좀비PC를 통신망에서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통신망의 장애 또는 장애가 명백하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원인이 되는 트래픽을 긴급히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제어하는 것이 허용된다.
아울러 스팸, 유해 콘텐츠 차단 등 법령이나 이용약관 등에 근거한 이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통신사는 트래픽을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3호에 근거해 청소년유해매체물로부터 미성년자인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서비스 약관에 따라 부모가 접속 차단을 요청한 경우 통신사는 해당 청소년이 가입자 고객이라 하더라도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관련 법령의 규정에 근거하거나, 법령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트래픽 제한을 할 수 있다. 음란정보나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정보,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사행행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정보 등이 무차별적으로 온라인에 유포될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통신사업자에게 트래픽 제어를 명령할 수 있다.
◆통신망 '독점'하는 헤비유저 제한 가능
통신망의 대다수 자원을 혼자 독점하는 초다량이용자(헤비유저)에 대해서도 통신사가 트래픽을 제어할 수 있다고 방통위는 명시했다.
방통위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의 수가 집중되는 특정시간대(최번시) 등 특별히 망 혼잡이 우려되는 특정한 조건하에서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는 당나귀 등과 같이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P2P' 트래픽 전송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
아울러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 수준을 넘어서 지나치게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과도한 대역폭을 점유해 명백하게 다른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헤비유저에 대해서도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다만 이처럼 트래픽을 제한할 경우 망의 혼잡 상황 판단기준은 통신사가 망의 특성과 망 구축 현황, 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자체 관리기준, 이용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야 한다.
아울러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는 특정한 조건은 최번시 이용자 접속률과 같은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결정돼야 하며 P2P를 무조건 틀어막거나 계속 차단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방통위는 못박았다.
또한 헤비유저의 이용을 제한할 때도 인터넷 검색, 이메일 등 대용량의 트래픽을 유발하지 않는 서비스는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적법한 계약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의 동의를 얻어 트래픽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방통위는 명시했다.
즉 약관 등에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거나 용량을 제한한다고 통신사가 명기하고, 이를 이용자가 동의한다면 트래픽 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2010년 12월 통신3사는 약관에 근거해 당시 바이버, 마이피플과 같은 스마트폰 인터넷전화(mVoIP) 이용을 차단(LG유플러스)하거나 제한적으로 이용하도록(SK텔레콤, KT) 조치했다.
다만 방통위는 이같은 '계약에 의한 트래픽 제어'라 하더라도 그 합리성 판단에 있어서는 시장의 경쟁상황에 따라 이용자에게 요금정도에 비례한 서비스에 대해 실질적인 선택권이 보장되고 있는지의 여부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제한해도 해당 내용 '전체 공개'해야
통신사업자가 이처럼 여러가지 근거와 조건에 맞춰 트래픽을 제한했다 하더라도 이 사실은 이용자에게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개돼야 한다.
기준안은 "이용자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트래픽 관리의 범위와 트래픽 관리가 적용되기 위한 조건, 절차, 방법 및 이에 따른 영향 등 자신의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혀두고 있다.
즉 일시적으로 망이 혼잡해 통신사가 트래픽 제어를 할 경우, 먼저 해당 이용자에게 고지를 해야 하고(필요 시 사후 고지) 혼잡상황이 지난 후 트래픽 제어를 해제한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트래픽 제어를 했는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체 이용자들에게 공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나성현 박사는 "이같은 트래픽 제어 현황 고지를 명시함으로써 통신사업자들은 현재 경쟁상황을 고려해 함부로 트래픽 제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제대로 고지도 하지 않고 악의적으로 트래픽 제어 사실을 숨길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사실 확인 및 이의제기 등 민원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전담 기구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나 박사는 강조했다.
이창희 과장은 "기본적으로 통신사는 트래픽을 '제어'해 망을 운영하려 해서는 안된다. 늘어나는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망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통신사가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이 '관리'가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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