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국내 연구진이 박막 두께 1~2나노미터인 플라스틱 기판 위에 기능과 성능이 안정적인 분자전자소자를 제작했다.
서울대 이탁희 교수가 주도하고, 박성준 박사과정생(광주과기원), 왕건욱 연구원, 윤명한 교수(광주과기원)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자기조립단분자막(Self-assembled monolayer, SAM)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휘거나 다양하게 휘어진 환경에서도 전기적 전도 특성이 안정된 나노 크기의 전자소자를 개발했다.
연구팀의 분자전자소자는 점차적으로 휘거나, 매우 심하게 혹은 다양한 형상으로 휜 환경에서도 안정적이었고, 1천회 이상의 반복 테스트에서도 고유의 상태를 유지했다.
분자전자소자(molecular electronics)는 분자 크기가 매우 작고(보통 수 나노미터 미만) 자기조립공정이 가능해, 본래 기질이 유지되면서도 저렴한 전자소자를 만들 수 있어 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분자전자소자는 대부분 실리콘 같은 딱딱한 기판 위에서 만들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휘어질 수(플렉시블) 없었다. 또한 기존의 휘어지는 유기전자소자(organic electronics)는 두께가 수 마이크로(100만분의 1미터)여서 상대적으로 큰 것이 단점이었다.
이탁희 교수 연구팀은 유기 물질의 유연한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2 나노미터 정도의 두께를 가지는 초박막 단분자박막을 이용한 분자전자소자를 제작했다.
자기조립단분자막은 규칙적으로 잘 정렬된 대표적인 유기 분자 박막으로 특별한 기구가 필요하지 않고, 기질의 모양이나 크기에 영향을 받지 않아 복잡한 기질 위에서도 제조할 수 있고 넓은 면적에도 제작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유연 전자소자는 모바일 전자기기, 의료, 가전 제품 등 전자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용액공정, 인쇄공정 등에 머물던 기존 연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분자단위에서 유연한 전자소자의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탁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노크기의 매우 얇은 단일 분자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휘어질 수 있는 유연한 분자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탁희 교수는 지난 2009년 단일 분자 한 개가 트랜지스터 소자로 작동될 수 있다는 것을 '네이처'에 발표했는데, 이번 연구는 이러한 분자소자가 플렉시블한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구동될 수 있음을 검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NCRC)의 지원을 받았으며,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7월 4일자에 실렸다.
박계현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