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기자] 삼성전자가 돌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 경영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삼성 그룹 고위 관계자가 4일 확인했다.
'시나리오 경영'은 환율, 유가 등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경제 환경이 급격히 변할 때 대처하기 위한 일종의 경영 프로그램이다.
이번 시나리오 경영 시스템이 작동하게 된 배경은 유로화 가치의 급락이다.
지속적으로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유로화 가치는 지난해 5월 유로당 1.48달러에서 지난달 1.23달러로 17% 가까이 폭락했다.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경우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 매출 하락으로 직결된다. 유로화로 결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로화 가치가 하락한 만큼 매출도 줄어드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매출 가운데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4%로 약 39조원 규모다. 미국(20%), 한국(16%), 중국(14%)보다 비중이 높다.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그러나 시나리오 경영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삼성 그룹 고위 관계자는 다만 "전자 측에 확인해본 결과 투자 축소나 조직 슬림화 같은 급박한 긴축 정책을 펴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언론이 제기한 것처럼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유럽 판매가를 올리는 조치를 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성 그룹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로화 결제 비중을 낮추는 등의 환율 변동 대비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당시 가동된 시나리오 경영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시 삼성전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4분기(10∼12월)에만 약 8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바람에 긴축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실제로 현재 상황은 2008년 당시와 분위기가 다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1, 2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축 경영보다는 환율 변동에 따른 일반적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다소 위기감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그룹 고위 관계자는 "환율 변동도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그룹 캐시카우 포트폴리오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삼성 그룹 이익의 70%가 전자에서 나오고, 전자 이익의 70%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등 그룹 내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한 곳으로 편중된 것에 대해서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올 들어 1, 2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다른 영역이 잘 된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지난 5월 경제 위기의 중심지인 유럽을 순회하고 돌아와 현재 상황이 상당히 위기라며 다시 한 번 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장을 전격적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또 전자 이외의 다른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이균성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