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서기자] 올림푸스와 디지털 카메라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이던 파나소닉이 협상 테이블에서 빠진다. 이에 따라 소니가 올림푸스의 의료기기뿐 아니라 디카 사업에서도 제휴를 추진할지 주목된다.
아사히 신문은 25일 디지털 카메라 사업 제휴를 검토하고 있던 파나소닉이 올림푸스와의 협상에서 철수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말 경영진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17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외부 자본 수혈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소니와 파나소닉이 각각 올림푸스의 의료기기 사업과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사업 제휴를 추진했던 것.
소니의 경우 구체적으로 자본금 500억엔(약 7천200억원)을 출자해 올림푸스의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가 완료되면 소니는 올림푸스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파나소닉 "투자 한정돼 제휴 효과 없어"
파나소닉은 그러나 최근 사업 제휴를 무효화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올림푸스측은 지난 20일 파나소닉과의 협상에서 소니의 500억엔 출자 수락과 디지털 카메라 사업의 구체적인 제휴 조건 등을 보여줬다.
파나소닉은 관련 내용을 검토한 결과 '향후 추가 출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올림푸스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해 "투자가 한정돼 기대만큼 제휴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이 어느 정도의 자본 출자를 계획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업 제휴 철수 이유가 '투자 한정' 때문이라는 것은 당초 파나소닉이 올림푸스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의 카메라 사업 제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미러리스 카메라와 관련한 기술을 공동 개발해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두 회사는 지금도 미러리스 카메라에 같은 규격을 사용해 렌즈가 서로 호환된다.
이 때문에 파나소닉은 올림푸스의 디지털 카메라 사업 제휴에 가장 적임자로 손꼽혀 왔다. 올림푸스는 최근 2년째 디지털 카메라 사업 적자를 보고 있다.
◆소니, 디카 사업도 제휴해 미러리스 시장 1위 굳힐까
반면 소니와 올림푸스는 내달 초 자본 제휴 최종 합의를 앞두고 현재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다.
소니가 관심있는 부분은 올림푸스의 의료기기 사업쪽이다. 이번 자본금 출자도 세계 내시경 장비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확보한 올림푸스의 의료기기 기술력에 자사 이미지 센서 기술을 결합하려는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용 고정밀 모니터 사업을 추진해 3~5년 내 1천억원의 매출을 거둔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삼성전자도 올림푸스의 내시경 사업에 관심을 보였지만 광학기술이 외국 기업은 인수할 수 없는 일본 내 국가 보호 기술로 묶여 있어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에 파나소닉과 올림푸스의 사업 제휴가 결렬됨에 따라 소니가 디지털 카메라 사업 부문에서도 올림푸스와 제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카메라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니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DSLR에 주로 쓰이는 APS-C 규격의 대형 이미지 센서를 미러리스 카메라에 탑재해 높은 화질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올림푸스가 강조하는 부분은 마이크로 포서드 규격의 상대적으로 작은 이미지 센서를 통해 제품 휴대성을 높였다는 점이다.
만약 소니가 카메라 사업에서도 올림푸스와 제휴하게 된다면 미러리스 시장에서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파나소닉이나 삼성전자, 니콘, 후지필름 등을 한발 앞서 따돌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웅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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