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공공기관들이 외산 네트워크 장비를 선호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관행을 깨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민간부문은 지속적 문제제기와 해당 업체의 업무 전문성 향상 등으로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공공부문은 여전히 외산 장비를 선호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국내 네트워크 업체들은 '공공기관들이 외산을 선호하는 시스템통합(SI)·네트워크 통합(NI) 업체에 대한 의존성을 탈피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해외 네트워크 장비를 선호하는 SI 및 NI 업체에 의존하고 있고 이들 SI·NI 기업들은 해외 장비 업체들에게만 사업 발주를 고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기관의 장비구매 제안요청서(RFP)에 특정 회사명과 제품, 부품명, 조건 등을 기록하도록 하며 외산 제품에 유리하게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
실제로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가 지난 2010년 발표한 'IT 네트워크 장비산업 발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의 국산 유선 네트워크 장비 점유율은 6.5% 수준에 불과했다. 통신사업자는 40~60%, 일반대기업 및 대학 등이 15%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는 비교할만한 수치인 셈이다.
특히 2006~2008년 공공기관의 장비구매 RFP 211건을 분석한 결과, 특정 회사명(29건), 제품명(47건), 부품명(33건), 조건(51건) 등 25%가 외산제품에 유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는 이같은 관행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계자는 "RFP에 외산 장비 브랜드가 기재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면서 "국가종합전자조달 사이트인 '나라장터'에서 공공 입찰 건 몇 개만 찾아보면 외산 장비 브랜드와 장비명이 노골적으로 명기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경우 업무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제품 신뢰성 등의 문제로 기존 계획서를 답습하거나 글로벌 장비를 선호하는 SI, NI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산 장비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강해 국산 장비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산 네트워크 장비 품질은 떨어진다?
공공기관들이 외산 네트워크 장비를 선호하는 이유로 제시하는 논리는 국산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로 격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국산 제품의 품질이 해외 장비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에 따르면 국내 네트워크 산업 주요 40개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지난 2009년부터 평균 11.89% 증가해 2011년 연구개발 투자액이 총 1천177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40개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율은 2011년 7.0%로 나타나, 전년 대비 4.48%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진행하면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 역시 많이 좁혀진 상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IT R&D 발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네트워크 관리기술이나 네트워크 설계 기술, 서비스 제어 및 네트워크 통합 제어 기술 등은 해외 선진국의 기술과도 동등한 수준이다.
KANI 관계자는 "광대역통합망(BcN) 분야의 전체 기술 수준은 미국이 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주요 조사 대상국 대비 수준 차이가 다소 존재한다"면서 "한국은 올해 미국 대비 91.6%의 기술수준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돼 높은 수준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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