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하 프리라이터] 일본에서 본격적인 스마트 TV 방송이 시작됐다. 방송사와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연합해 만든 회사, NOTTV이다. 모두 3개의 채널로 방송되는 이번 스마트 TV 서비스에 이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1일 대대적인 공중파 TV 광고를 집행하던 NOTTV라는 서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NOTTV는 NTT를 비롯해 스카파JSAT주식회사와 후지테레비, 니혼방송, TBS, 테레비아사히 등 방송회사들과 후지츠, 파나소닉, 도시바 등 휴대폰 제조 업체들을 포함해 20개사가 공동 출자한 주식회사 mmbi가 운영하는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하는 TV 방송국이다.(최대 지분 보유사는 60.45%를 출자한 NTT도코모이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어카운트로 로그인이 가능하게 하고, SNS 기능을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실시간 방송으로 모두 3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주로 음악 방송을 내보내는 NOTTV1과 예능과 스포츠 중심의 NOTTV2, 그리고 뉴스 전문 채널인 NOTTV NEWS 등의 3개 채널이다. 실시간 방송 이외의 다운로드 방송 서비스도 대응한다.
NOTTV는 지난해에 종료된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사용하던 VHF하이밴드(170~222MHz) 주파수 대역의 일부(207.5~222MHz)을 이용하며, 원세그 방송에 사용하고 있는 ISDB-T 방식을 개량한 ISDB-Tmm 규격을 사용하는 스마트폰 대상의 방송 서비스이다.
기존의 원세그 방송에 비해서는 화질이 우수하고 콘텐츠도 24시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만큼 풍부한 편이다. 20개사가 출자한 자본금만 240억엔을 넘는 덩치가 큰 회사가 운영하는 만큼 초기에 확보된 콘텐츠나 서비스의 질은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일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그렇듯이 NOTTV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20개사 출자한 자본금만 240억 엔
현재로서 NOTTV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응 디바이스가 도코모의 타블렛 MEDIAS TAB N-06D와 샤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AQUOS PHONE SH-06D 등 2가지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대응 기종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도코모와 계약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만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바이스의 보급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도코모의 안드로이드 폰 보급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들이 NOTTV를 대응해 줄지는 큰 미지수다. USIM도 도코모UIM카드 버전4 이상에서만 대응을 하기 때문에 기존 안드로이드 기기가 펌웨어 업데이트를 한다고 해서 대응할 수도 없다. 다시 말해 대응하는 기계들이 보급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너무나 극명한 한계를 느끼게 된다.
물론 도코모는 Bee TV라는 피쳐폰 대상의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를 2009년 개국해 현재 약 205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Bee TV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NOTTV도 성과를 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NOTTV는 월 기본 이용료 420엔에 일부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의 요금체계를 채택하고 있는데, 대응 스마트폰을 이용자가 계약할 때 서비스를 반강제적으로 가입시킬 것이기 때문에 유료 방송이라는 이유로 유저가 이탈하는 경우는 크게 없을 것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점은 방송 방식에 있다. 당초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사용하던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 방송 서비스에는 국제 표준인 MediaFLO 방식이 검토되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본 독자 규격인 ISDB 방식에 손을 들어준 셈이 되었다. ISDB 방식은 양방향 통신을 지원하기 때문에 과금 정보의 송신 등에 별도의 회선이 필요한 MediaFLO 방식에 비해서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콘텐츠 관리가 편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MediaFLO 방식에 비해서 화질이 떨어지고, 주파수대역의 이용 효율이 떨어지며, 채널 변경 속도가 수신기의 성능에 의해서 좌우되는 등 MediaFLO 방식에 비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방식이다.
기존 ISDB-T의 경우 영상의 프레임레이트도 초당 15프레임있기 때문에 초당 30프레임인 MediaFLO 방식에 비해서 스포츠 중계나 영화 등의 방송 화질이 극도로 낮을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ISDB-Tmm은 이점을 개선해서 초당 30프레임에 비트레이트도 MediaFLO와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채널 분할 방식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응 디바이스 2개 밖에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
개국을 앞두고 2개월 가까이 TV광고, 잡지, 지하철 광고 등을 통해 대규모 프로모션을 실시한 NOTTV. 벌려 논 잔치에 비해서는 대응 디바이스가 2개밖에 없는 황당한 첫걸음이지만, 큰 흐름에서 보자면 기존의 원세그(ISDB-T) 이용자를 흡수하기 위한 준비를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보자면 왜 일본이 갈라파고스라 불리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김상하 프리라이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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