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별도의 DB없이 인메모리 컴퓨팅을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도록 하는 것이 SAP의 비전이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 강자인 SAP가 인메모리 DB 솔루션 '하나(HANA)'로 세계 DB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메모리에 DB를 얹는 신기술로 DB시장 1위 기업인 오라클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SAP가 내세우는 강점은 빠른 입출력(I/O) 처리 기술.
빅데이터가 화두로 부상한 후 대용량의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보다 빠르게 분석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주요 경쟁력으로 주목받는 점에 착안,SAP는 인메모리 DB 기술이 미래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SAP의 인메모리 기술은 전통적인 디스크 기반의 스토리지 대신 메인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으로, 필요한 정보를 메모리상의 색인(index)으로 검색해 데이터 검색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장점이다.
SAP는 이에따라 2013년 말까지 '기업의 모든 시스템이 하나 DB에서 구동되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기업 정보계 DB 시장과 기간계(계정계)인 전사적자원관리(ERP) DB 시장을 순차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SAP의 목적은 '오라클 DB없는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DB를 위해 ERP를 사용하지 않고 ERP를 위해 DB를 사용하는 기업이라면 SAP이 DB 시장까지 섭렵하겠다고 나설 경우 오라클의 설 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눈치챈 오라클이 가만 있을 리는 없다. 오라클은 DB 강자로서 군림해 오면서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라는 ERP를 만들어 ERP 시장까지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오라클의 입장에서 볼 때 결과는 '우울'했다. 오라클은 SAP ERP의 강력한 시장 지배적 지위에 번번히 무릎을 꿇고 있는 상황이다.
SAP의 공세는 비단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라클은 자사 DB에 썬마이크로시스템즈 하드웨어를 결합한 '엔지니어드 시스템' 전략을 펴고 있지만 SAP는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업해 제품을 출시하며 '오라클 고립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HP와 IBM이 SAP 하나 전용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이 중 HP 어플라이언스는 전 세계 100여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SAP의 '오라클 DB없는 세상' 프로젝트가 본격화할 경우 오라클은 SAP 뿐만 아니라 HP, IBM과도 싸워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IBM은 실제로 DB 신제품인 'DB2 10'을 발표하며 DB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IT업체 한 관계자는 "입출력 성능 개선 기술이 빠른 DB 성능에 필수적일 것이란 예측은 당연한 것"이라며 "2011년 SAP 하나 발표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ERP에 활용되고 있는 SAP ERP용 DB로부터 오라클 DB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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