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여권의 총선 승리로 한 시름 놓았던 청와대가 치명타를 맞았다. 그것도 현 정권 창출의 멘토라고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입을 통해서다.
검찰이 서울 양재동의 대규모 복합유통센터 개발 사업의 인허가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터져나온 이번 사건은 현 정권 실세들이 대거 연루돼 있어 향후 큰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최시중(사진) 전 방통위원장이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지난 2008년 1월 경 10억여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주)파이시티의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차장 쪽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이름도 등장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 장관과 권혁세 금감원장에게 청탁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권 장관은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해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현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거론되면서 이번 사건이 마지막 임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현 정권에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최 전 방통위원장이 대선 자금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최 전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했다. 최 전 위원장은 "돈을 받은 시점 직후가 대선이 다가오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얼떨결에 내가 독자적으로 MB여론조사를 하고 했다"고 말했다.
최 전 방통위원장은 현 정권을 만든 '7인회' 중 한 명으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자금 흐름을 알고 있는 인사로 꼽혀 그가 입을 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
야권에서는 즉각 대선 자금 전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 뒤에 불법 대선 자금이 있었다"면서 "검찰은 이미 이 사건의 실체를 알고 있었음에도 총선 이후에 공개되도록 시기 조정을 했다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문 대표 대행은 또 "더욱이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23일 검찰총장과 대검 중수부장은 '이번 일은 오래 끌 일이 아니다'고 했다. 단순 인허가 비리로 마무리하려는 것"이라며 "검찰은 이 돈 뿐 아니라 대선 자금 전체에 낱낱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야권이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언론 탄압 ▲4대강 사업 ▲이명박 대통령과 친인척 부패 비리 ▲중앙선관위 테러 사건 ▲맥쿼리 특혜 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열자고 하고 있는 상황이고, 여권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더욱 현 정권과 차별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MB정권이 남은 임기 동안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정소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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