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청소년 이용불가' 온라인 게임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일명 '셧다운제' 도입에 따라 게임업체들이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마저 성인등급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정상적인 규제환경을 피하기 위해 게임업체들은 불필요한 비속어까지 게임내용에 추가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7일 아이뉴스24가 지난해 및 올해 1분기의 온라인게임등급 분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1일부터 3월말까지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분류한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비율이 18%에서 35%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지난해 1분기(312개) 게임출시 숫자가 올해 1분기(156개)의 두배가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숫자면에서도 올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숫자가 얼마나 늘었는 지 확인할 수 있다.
게임 업계가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으로 달려가는 것은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셧다운제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세 이용가나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으면 반드시 게임 내에 이용자 연령 확인 시스템을 탑재하고 자정이 되는 순간 셧다운제 대상 이용자들의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탑재하고 관리하는 비용이나 현실적인 관리방법이 까다롭기 때문에 차라리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성인게임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더 많은 이용자들의 유입을 위해 게임 이용등급을 낮춰 받기 위한 노력들이 많았다.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순화해 청소년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부 게임의 경우 성인용 버전과 청소년 버전을 나눠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셧다운제를 피하기 위해 ‘등급올리기’에 나서다 보니 일부 게임들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기 위해 게임에 욕설이나 과도한 선혈 표현을 추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메이저 게임업체 CJ E&M 넷마블의 대작게임 리프트의 경우 당초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지만, 이후 내용의 수정을 통해 출시될 때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나왔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메이저 게임회사들 뿐만 아니라 중소 게임 서비스사들도 등급을 올리기 위해 등급분류를 다시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12세 이용가나 15세 이용가로 등급을 내주면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게임업체들은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게임에 추가하면 등급이 상향될 수 있느냐고 문의하고 실제로 그런 내용을 추가하는 경우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 규정에 따르면 저속어와 비속어가 있으나 표현이 경미한 경우는 12세나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게 되고 언어 표현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게 된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도 성인게임으로 등급을 받으려 하는 업체들의 모습에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지만, 안타깝다"며 "기형적인 제도를 바로잡아야 비정상적인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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